밤낮을 가리지 않는 습하고 높은 기온은 시나브로 '에어컨'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알리고 있다. 흔히 에어컨을 인류를 구원한 발명품이라고 하지만, 실외의 폭염과 실내의 과도한 냉방이 만들어내는 온도차로 발생하는 '냉방병'이라는 불청객은 전혀 달갑지 않다.
여름이면 항상 언급되는 냉방병은 특정한 질병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고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여러 질환군을 총칭하는 일종의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가벼운 감기, 몸살, 권태감 등 다양한 증상을 통틀어 '냉방병'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냉방병은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두통과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의 증상은 물론 몸이 나른하고, 쉽게 피로해지는 권태감과 손발이 붓거나 무겁게 느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소화 불량, 하복부의 불쾌감, 설사, 위장장애,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 생리통 등의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냉방병의 주원인은 과도한 실내외의 온도차인데,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 온도는 실외와 5~6℃ 이상 차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에어컨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는 것이 좋고 2~4시간마다 5분 이상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으며 가벼운 운동이나 체조를 통해 적당히 땀을 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실 냉방병은 에어컨의 발명 이전에도 존재했다. 의성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에서 냉방병의 증세를 '중서(中暑)'라고 표현하며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에 갔다가 생기는 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두통, 오한, 관절 통증' 등의 증상이 있고 치료를 위해서는 이향산이나 곽향정기산으로 치료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고온다습한 여름 기후는 에어컨을 쉴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너무 차가우면 오히려 몸을 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온도와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다. 덥다고 지나치게 에어컨, 선풍기에만 의존하면 없던 병도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시원한 등목이나 수박과 참외와 같은 제철과일로 적당히 더위와 타협하며 현명하게 폭서기를 지내던 선현들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이다.
이마성 광덕안정한의원(강동길동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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