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조선시대에도 현재의 코로나19 감염병처럼 다양한 전염병의 외부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예방검역 지침이 담긴 귀중한 자료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19세기 조선시대 해관(현재의 세관)이 1886년 콜레라의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한 예방 검역지침이 담긴 '해관 보고문서'(인천·부산·원산)가 공개됐다. 해관은 현재의 세관을 말한다. 콜레라의 창궐을 막기 위해 외부에서 들여오는 각종 짐이나 물건 등을 철저하게 검역하라는 지침은 현재 코로나19 방역체계와 비슷하다. 예나 지금이나 감염병 예방이 세관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조선시대 해관이 감염병 검역 업무 전반을 관장했음을 보여준다.
콜레라 검역 지침 담은 '해관문서', 문화재로 등록
14일 문화재청은 해당 문서를 국가등록 문화재로 지정했다. 아울러 도면을 통해 원산·인천해관 청사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의 국제사회 활동 근거지가 된 '유네스코 회관'도 함께 이날 국가 문화재로 등록됐다.
문화재청은 인천·부산·원산의 '해관 보고문서'와 '유네스코 회관'을 국가등록 문화재로 고시하고, '이영춘 농촌위생 진료 기록물'을 국가등록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국가등록 문화재가 되는 해관 보고문서는 1880~1890년대 조선의 각 개항장에서 세관 업무를 관장했던 인천해관, 부산해관, 원산해관 등 3곳의 해관이 중앙 총 해관에게 보고한 문서다.
문서는 관세, 항만 축조, 조계지 측량, 검역, 해관 행정 등 기본 업무 상황을 담고 있다. 개항기 우리나라 해관 초기 면모를 살펴볼 수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근대기 국제활동 거점 '유네스코 회관'도 문화재로
교육, 과학, 문화 활동의 산실로 각종 국제회의와 학술토론회 등 근대기 한국사회의 국제 활동의 거점 역할을 수행한 증거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특히 1960년대 당시에는 최신 공법으로 강철 기둥에 유리로 외벽을 세운 방식인 '커튼월 공법'을 적용한 초기 건축물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높게 평가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15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 회관에서 강경환 문화재청 차장과 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네스코 회관'의 등록증 전달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농촌 보건위생 선구자 이영춘 박사 진료일지도 문화재된다
이번에 등록 예고된 '이영춘 농촌위생 진료 기록물'은 농촌 보건위생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영춘 박사가 직접 기록한 자혜진료소 일지와 개정중앙 병원 일지, 농촌위생연구소 일지 등 관련 기록 3건이다.
자해진료소 일지는 1935년 일제 강점기 시절, 이영춘 박사가 구마모토 농장 의료원인 자혜진료소 소장으로 부임 후 그곳의 소작인 3000가구, 2만명을 대상으로 남긴 진료 기록물이다. 개정중앙병원 일지는 1947년 설립된 개정중앙병원 진료기록이다. 당시 치료하기 어려운 입원 및 수술환자에 대한 기록, 농촌 주민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재학 시절부터 치료보다 예방의 중요성"을 배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1948년 농촌위생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박사가 직접 작성한 농촌위생연구소 일지는 농촌사회에 만연한 기생충, 결핵, 전염병 등 당시의 의료 활동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의료체계가 구축되기 전 농촌 보건위생 체계를 갖춘 드문 사례로 공중보건 의료사적으로 귀중한 가치를 갖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관 보고문서'와 '유네스코회관'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협력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등록 예고된 '이영춘 농촌위생 진료 기록물'에 대해서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문화재로 최종 등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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