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연구팀이 죽은지 한시간이 지난 돼지의 중요 장기들을 다시 살리는데 성공했다.
심장이 멈췄던 돼지에 다시 피와 산소가 돌면서 일부 장기에서는 전기 활동도 감지됐다. 장기이식을 개선할 획기적인 연구라는 평가와 향후 윤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5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죽은 돼지의 장기 기능을 되살렸다는 연구 결과를 3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연구팀은 실험용 돼지 여러 마리를 마취 상태에서 심정지를 유도해 죽게 한 뒤, 인공호흡 장치도 뗐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난 후 '오르간엑스(OrganEX)'라는 특수 용액을 죽은 돼지 혈관에 주입했다. 오르간엑스는 영양분, 항염증제, 세포사 예방제, 신경차단제, 인공 헤모글로빈과 돼지의 피를 섞어 만들었다. 이 연구팀은 3년 전 돼지 뇌 재생 실험에서도 '브레인엑스(BrainEx)'라는 혈액 모방 용액을 공급해 뇌세포 일부 기능을 회복시킨 바 있다.
즉시 각 장기에 혈액이 돌아 산소가 공급되고 세포 활동이 재개되면서 핵심 기능이 돌아왔다. 돼지 심장이 다시 뛰었을 뿐 아니라 간, 신장, 뇌 등 중요 기관의 세포가 다시 신진대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실험에선 오르간엑스에 일부러 신경 차단제를 포함시켰기 때문에 돼지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개별 뇌세포가 살아나도 뇌에서 전체적으로 조직적인 신경 활동이 일어난다는 징후는 없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오르간엑스 돼지의 장기가 얼마나 작동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실험은 14일간 지속한 것으로 기술했다.
예일대는 이 기술의 특허를 출원했다. 되살린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성공적으로 해당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 뒤 이 기술이 손상된 심장이나 뇌를 복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지도 실험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사람의 장기이식 수술을 위한 장기를 오래 보전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지만, 예일대 '생명윤리를 위한 학제간 연구센터'의 스티븐 라탐 소장은 "사람에 대한 사용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예일대의 연구 결과는 '뇌와 심장, 폐 기능의 완전한 상실'이라는 죽음에 대한 의학적 정의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