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조합원 복직·손배소 취하 등
22차레 협상했지만 양측 이견 맞서
정치권 개입하며 갈등 더 불붙여
인근 주민들 집회 장기화에 피로감
22차레 협상했지만 양측 이견 맞서
정치권 개입하며 갈등 더 불붙여
인근 주민들 집회 장기화에 피로감
■22차례 이어진 협상... 평행선만 그려
4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는 현재까지 22차례에 걸쳐 협상했지만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 △계약 해지된 조합원들의 복직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철회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 철회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하이트진로 소유 수양물류 측은 일부 노조 핵심 인물들의 복직 및 손배소 취하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지난 8월 24일 하이트진로는 참관인 자격으로 협상에 참가했다. 원청인 하이트진로가 수양물류와 화물연대의 협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깬 것이다. 화물연대도 로비점거를 해제하고 옥상 점거 고공농성만 이어갔다. 하지만 양측이 주장을 굽히지 않아 평행선을 그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이 개입했지만 갈등에 불씨를 지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 6명이 하이트진로 본사 농성현장을 방문했다. 같은날 이뤄진 협상에서 화물연대 측은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알려졌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다음날 대표로 성명서를 내고 "몇몇 민주당 의원들이 노사 갈등을 부추기며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노조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31일 본사 앞 도로 4개를 막고 1300명 규모의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자"며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동자임을 법률이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맞은편 인도에서 화물연대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반대 시위도 열려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전문가들 "정부 완충지대 역할 해야"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장기화되는 집회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본사 근방에는 아파트와 근린공원 등이 있다. 주민 김모씨(35)는 "평소에 뉴스를 잘 안보는데, 집회가 있으면 교통이 불편하니 뉴스를 챙겨본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휴게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도 "집회 소음, 교통 혼잡 등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이트진로 본사 직원들은 교대로 돌발 상황에 대비해 보초를 서고 있다. 직원 B씨는 "우리도 근로자라 (화물연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까 공포스러운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빠르고 원만하게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화물연대가 로비를 점거한 동안 뒷문으로만 오갔고, 미팅 등의 일정도 모두 외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경영계는 우려의 시선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내고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점거 사태 장기화와 관련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산업현장에 만연한 불법과 투쟁적 행태가 기업과 국가 경제의 위기를 한층 가중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갈등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파업이나 점거 농성 자체는 불법이지만, 실질법이 미비한 부분도 있어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생존권 보호도 필요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중재안을 제시하고 관련 법과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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