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기도문의 절반은 실현됐고 절반은 미완으로 끝났다. 그렇지만 중증 '영국병'을 치료한 대처리즘의 유산은 뚜렷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외쳤던 복지국가 영국은 1970년대 극심한 비효율·저생산 구조로 급기야 국제통화기금(IMF) 지원까지 받는 수모를 당했다. 노조 파업으로 거리마다 쓰레기가 쌓이고, 장례식장엔 부패한 시신들로 악취가 진동했다. 이때가 '불만의 겨울(1978년)'이다.
혹독한 겨울을 딛고 이듬해 집권한 대처가 꺼내든 것은 과감한 민영화, 대규모 감세, 강성 노조와의 전쟁이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무너진 영국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웠다. 대처 이후 테리사 메이가 두 번째 여성 총리로 바통을 이어받았으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행 차질을 겪으면서 3년 집권(2016~2019년)으로 끝났다.
5일(현지시간) 영국의 새 총리로 선출된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이 이제 대처, 메이의 뒤를 잇는다. 더욱이 40대 여성 총리는 영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트러스는 작은 정부, 자유무역, 매파 외교 등 대처 전 총리의 노선을 따르겠다고 밝혀 벌써부터 '제2의 대처'로 불리고 있다. 경제상황 역시 대처 집권기와 너무나 흡사하다. 1970년대 중반 영국의 인플레이션율은 20%를 넘어섰다. 최고 세율은 80%에 육박했다. 지금 영국 물가는 40년 만에 최고치다. 트러스는 선출 직후 "험난한 시대 대담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