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도 못받을 위기' 2030세대 불안 증폭
[파이낸셜뉴스]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 즉 2030세대 사이에서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이 팽배하다. 국민연금의 소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금 고갈 시점은 지난 2018년 제4차 재정추계에서 2057년으로 예상된데 이어,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보다 빠른 2055년으로 전망했다. 각각 올해 만 30세(1992년생), 32세(1990년생)는 연금을 수령 받는 65세가 될 때 기금이 바닥을 드러낸단 뜻이다. 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2057년 기금 바닥인데…개혁은 지지부진
14일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위한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재정추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재정수지를 계산해 연금보험료 조정 및 기금운용계획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국민연금법 4조에 따라 매 5년마다 실시한다.
2018년 제4차 재정 추계결과를 보면 국민연금은 2042년 적자를 내기 시작해 2057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유례없는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로 연금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구구조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현행 보험료율 9%와 소득대체율 40%(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연금 구조를 유지할 경우 이번 5차 재정 계산에서는 4차 때보다 기금소진 시기는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금 개혁은 인기가 없다. 보험료가 늘거나 연금수령액이 줄고 연금수령 시기가 늦춰지는 등 국민 부담은 커지고 혜택은 축소하는 쪽으로 개혁작업이 이뤄지기에 국민의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선뜻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때도 2차(2008년), 3차(2013년), 4차(2018년) 재정 계산을 하고서도 제대로 연금 개혁에 손조차 대지 못했다.
윤 정부 '연금 대수술' 이뤄질까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연금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5차 재정계산에서는 연기금 적자 전환 및 고갈 시점에 대한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복지부 재정계산위원회에서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재정계산위원회 산하에 재정추계와 기금운용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담당할 2개 전문위원회도 운영한다. 위원회는 이달 열릴 2차 회의부터 본격적인 재정추계를 위한 변수 및 추계모형 등의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결과는 내년 3월쯤 나온다.
기재부는 연금개혁 논의에 대응하기 위해 부처 내 자율기구로 '연금보건경제과'를 설치했다. 지난 6일부터는 공석이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김태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취임,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보험료율 인상 '모수개혁' 추진
새로 짜여 질 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를 더 내는 모수개혁 방식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일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조만간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모수개혁은 기존 연금제도의 틀은 유지하면서 재정안정화를 위한 세부 방안을 활용해 제도를 손질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연금보험료율 인상 △소득대체율 축소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등 직접 관련 수치를 변경하는 방식이 주로 거론된다.
최근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위해 꾸려진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위원장에 보험료율 인상을 주장해 온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임명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 위원장은 그동안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 보험료를 더 내는 방식의 모수개혁을 주장해 온 대표적 인물이다. 전 위원장은 특히 보험료율 인상을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진 백전백패.. 갈길 먼 구조개혁
연금의 전체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도 논의 중이다. 구조개혁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농지연금, 주택연금 등 다양한 연금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구조개혁은 모수개혁보다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검토·논의되는 방식은 국민연금과 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학연금)을 통합하는 방식인데 정부는 이 작업은 국회 몫으로 넘겼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달 2일 "구조개혁과 모수개혁 등 투트랙 연금개혁 전략을 갖고 있다"며 "구조개혁 시간은 선진국 사례를 보면 아무리 빨라도 10년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특정 안을 먼저 내놓고 밀어붙이려고 하는 경우 거의 백전백패라 촉진자 역할을 하면서 공론화 장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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