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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농촌공동체 ‘행복한 동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8 18:53

수정 2022.09.18 18:53

[차관칼럼] 농촌공동체 ‘행복한 동행’
차 없이는 찾아오기도 힘든 인적 드문 시골 마을에 홀로 사는 80대 노인이 있다. 어르신은 약을 받으러 시내 병원에 가는 일도, 낡은 집을 고쳐주는 집수리 서비스를 받는 일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더 들어 거동이 불편해져도 요양병원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보다 정든 내 마을에서 계속 살면서 보통의 행복을 영위하는 게 어르신의 소박한 바람이다.

지난해 농림어업조사 결과 농촌의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역대 가장 높은 47%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농촌의 돌봄수요는 갈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읍·면 노인의 장기요양보험 수급률이 50% 정도에 그치는 등 농촌의 돌봄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농촌의 부족한 서비스를 보완하는 사례로 전남 영광의 '여민동락 공동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귀농인을 중심으로 모인 '여민동락 공동체'는 영광 지역 40여개 마을을 돌며 교통이 불편한 주민의 생필품을 수급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공동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 스스로가 지역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사회서비스 공백과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자원 동원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지역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주민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정부는 농촌의 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주민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 농장'과 '지역 서비스공동체'를 전국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농업인과 주민, 지역에 기반한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해 농촌의 각종 생활서비스 불편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일자리 제공, 취약계층 돌봄 등 지역사회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도록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 현재 전국 105개 농장과 공동체를 2027년까지 300개로 확대하고 지정 제도, 교육 등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또한 '농촌 돌봄마을' 조성을 통해 농촌의 복지 인프라도 함께 확충한다. 농촌 주민과 고령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마을 내 복지시설과 사회적 농장, 산책로, 주민공동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조성할 것이다. 올해 4월 전남 화순군과 경북 성주군이 대상지로 처음 선정돼 사업을 추진 중이며, 앞으로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사례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농촌지역 공동체 기반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법이 제정되면 농촌공동체를 기반으로 서비스 공백을 보완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 지역 활력 증진 등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농업인, 지자체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법률에 반영하도록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여민동락 이전에는 우리 전통문화인 두레나 품앗이, 새마을운동 등의 협동정신이 농촌을 유지·발전시켜온 주요 방식이었다. 익숙한 마을에서 여생을 보내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소망을 실현하고, 농촌소멸 위기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주민공동체의 전통을 다시금 되살려야 할 때다.


내가 꿈꾸던 살고 싶은 농촌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 그것이 단순한 돌봄을 넘어 지역주민과 동고동락하며 농촌의 삶터를 새롭게 살리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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