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파주=강근주 기자】 “원기가 부족한데 쓰이며, 정신을 안정시키고 기억력을 좋게 한다.” 동의보감에 기술된 인삼 효능이다. 실제로 조선 임금 영조가 ‘옥체 보존’을 이유로 백근(대략 60kg) 인삼을 복용했다는 승정원 기록도 있다.
인삼은 오랫동안 한약재로 명성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인삼 중 으뜸은 개성인삼이 손꼽힌다. 고려시대 최대 무역항이던 벽란도에서 중국과 아라비아로 교역이 이뤄지며 바다 무역길을 고려인삼이 수놓은 것이다.
당대 최고 특산품으로 여겨지던 고려인삼 산지 대부분은 장단지역이다. 서늘한 온도와 바람이 잘 통하는 환경, 물이 쉽게 배출되는 토양 조건 등이 인삼을 재배하는데 최적의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파주 장단인삼은 지금까지 고려인삼 명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파주인삼 지역특산물로 ’명성‘…고려인삼 정통성-품질 확보
파주시 인삼축제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무려 4년 만에 ’파주인삼이 개성인삼입니다‘라는 주제로 22일부터 이틀 동안 임진각광장과 평화누리 주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파주개성인삼 직거래장터를 비롯해 △전통놀이 제기차기 △인삼축제 전시관 △마술과 마임 공연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행사가 인삼축제 공간을 구성한다. 파주시는 이를 통해 개성인삼 명맥을 잇고 있는 파주인삼을 전국에 널리 알리고 우수 품종들을 시민이 손쉽게 접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인삼축제 전시관에는 파주개성인삼 ’활용백서‘ 공간이 조성되는데, 이곳에서 인삼 복용방법과 인삼을 활용한 음식 등을 소개한다. 현장에서 묻고 답하며 시민 궁금증을 풀어준다. 남녀노소 누구나 친숙하게 인삼을 접할 수 있다. 세부사항은 파주시농업기술센터 체험농업팀으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파주개성인삼이 지역 특산물로 주목받는 이유는 역사적 전통과 품질에 대한 보증이 남달라서다. 개성인삼은 개성을 중심으로 8개 지역에서 널리 재배됐는데 남한에선 유일하게 파주시 장단면 일대가 개성인삼 주요 재배지였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한국삼정요람‘도 이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고려인삼 명맥을 이어온 파주인삼은 현재 민간인출입통제지역 내 장단면과 임진강 주변 감악산 청정지역에서 재배된다. 대한제국시대 장단지역 인삼이 백삼과 홍삼으로 사용된 기록도 ’구포건삼도록‘에 남겨져있다. 고종 25년 무자년에 개성 증삼포소에서 장단지역 인삼을 홍삼으로 가공해 국내 약재로 사용한 기록들이 바로 그것이다
파주인삼은 전통뿐만 아니라 품질도 우수하다는평가다. 파주인삼을 홍삼으로 먹으면, 화기삼(미국삼)이나 죽절삼(일본삼)에 비해 2배 이상 사포닌을 섭취할 수 있다. 사포닌 범위도 광범위한데, 현재까지 30종 인삼 사포닌이 분리됐고 그 화학구조도 모두 밝혀졌다.
파주인삼에는 배당체(glacosides) 성분인 사포닌을 비롯해 질소를 포함하고 있고 단백질-아미노산 등 지용성 성분과 당류-비타민-무기질 등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있다.
◇인삼버거-인삼샐러드 대중화 가속…품종개발도 박차
파주인삼 대중화 노력도 눈길을 끈다. 인삼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인삼버거부터 인삼샐러드까지 인삼을 활용한 음식을 개발하고 조리법도 공유한다. 특히 파주시 유튜브에 조리방식을 보여주며 가족 건강을 챙기는 요리법을 알려주고 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파주개성인삼을 널리 알리기 위해 대중적인 요리법들을 연구하고 있다”며 “농민은 농가소득을 올리고 시민은 우수한 6년근 인삼을 활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주시는 새로운 인삼 품종인 K-1을 재배하는 시범단지를 꾸렸다. K-1 품종은 경기도농업기술원과 경희대학교가 고려인삼 종주국 위상을 높이기 위해 공동 개발한 품종이다. 품질이 보증된 만큼 인삼 우수성도 널리 알려졌다.
일반 품종과 달리 사포닌 함유량이나 수확량이 높고 생장 균일성과 효능이 표준화됐다는 평가다. K-1 품종을 재배했던 농가를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병충해에 강하고 뿌리가 선명하게 갈라진 세근이 발달돼 홍삼 원료로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주는 예로부터 쌀과 콩을 비롯한 오곡백과가 풍부했다. 비옥한 토질과 기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를 보여주듯 장단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콩과 인삼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다. 그래서 ‘장단삼백(長湍三白)’이란 말이 탄생했다.
이는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지역 특산물 우수성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다. 신토불이 먹거리를 지키기 위한 파주개성인삼 노력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 해외로 힘차게 뻗어나가는 모양새여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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