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감산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와 러시아가 하루 100만~200만배럴 감산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감산참여국들, 이른바 OPEC플러스(+)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5일 오스트리아 빈 OPEC 사무국에서 대면 각료회의를 연다.
시장에서는 하루 100만배럴 감산 얘기가 나왔지만 일부에서는 이럴 경우 감산 참여국간 산유량, 쿼터 조정이 필요해 이보다 적은 하루 50만배럴 감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바 있다.
하루 200만배럴 감산
소식통에 따르면 OPEC+는 5일 각료회의에서 예상보다 더 큰 폭의 감산을 결정할 전망이다.
합의로 최종 결정되겠지만 현재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는 하루 100만~200만배럴, 또는 그 이상 감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비록 수개월에 걸쳐 감산 규모가 서서히 줄어 이전 상태를 회복한다고 해도 급격한 유가 상승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추가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비롯해 서방의 대응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사우디가 아니다
사우디는 과거 미국의 요구를 되도록 충실히 반영하려 애썼다.
중동 최대 맹방으로 미국과 척을 지지 않으려 몸을 사렸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미국내 반사우디 여론이 거세지면서 양국 관계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고,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로는 살얼음판을 걸었다.
정치리스크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라드 알카디리 애널리스트는 "옛날의 사우디가 아니다"라면서 미국은 에너지 문제에 관해 사우디에 대해 "현실 인식 속도가 더디거나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알카디리는 "사우디가 더 높은 유가를 원한다면 그들은 분명하게 이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칠 것"이라면서 "그 결과가 미국과 보복 맞대응이라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년만에 가장 중요한 회동
이번 OPEC플러스 각료회의는 갑작스레 결정됐다.
긴급 회의답게 산유국들이 상당한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회의가 수년만에 가장 중요한 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핵심은 러시아다. 러시아는 감산 의지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러시아 경제제재에 나서 올해말까지 러시아 석유 수입을 완전 중단하기로 하는 등 러시아 석유를 압박하면서 러시아 석유가 헐값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어느 산유국보다 국제 유가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지가 굳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이 대규모 감산을 밀어붙일 전망이다.
쿼터도 불필요
한 소식통은 이번 회의에서 OPEC+의 대규모 감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됐던 쿼터를 우회하는 결정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잘못된 생산관리, 투자 감소 등으로 쿼터를 채우지 못하는 산유국들이 많아 쿼터를 기준으로 하는 대신 OPEC+ 전체 산유량을 기준으로 감산규모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감산이 이뤄지면 유가 역시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이전 사상최고치인 배럴당 120달러 유가 시대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는 3% 상승세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3% 오른 91.52달러, 미국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1% 상승한 86.2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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