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갈등으로 번진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시위’
"집회 소음·공해 등 학습권 침해"
불만 커진 학생들 시위 반대 확산
노조 "우리도 빠른 사태해결 원해"
청소노동자 휴게실 열악 개선 시급
"집회 소음·공해 등 학습권 침해"
불만 커진 학생들 시위 반대 확산
노조 "우리도 빠른 사태해결 원해"
청소노동자 휴게실 열악 개선 시급
서울 도봉구 소재 덕성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두고 캠퍼스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학교 정문과 학생회관 사이 놓인 게시판에는 청소노동자 노조측 대자보와 학생들 연대 대자보가 나란히 걸려 있고 시위 반대 대자보와 반대 포스트잇도 가득 차 있다.
최근 시위를 반대하는 학생들은 시위 소음 및 외부인의 연대 방문으로 인해 학습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고, 시위 당시 여성혐오와 차별적 표현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시위 찬반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정작 문제의 본질인 청소노동자 처우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이 왜 우리 학교에" 논란
25일 덕성여대측과 학생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인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민노총 소속의 다른 학교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단체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12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시위 반대측이 내건 대자보에는 시위과정에서 생긴 소음 및 공해·외부인 방문 등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있었다고 적혀 있다.
시위 반대 측은 △시위대가 편향적 논리로 선동하고 있다는 점 △학생들이 소음·외부인 방문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 △시위 과정에서 혐오 표현과 차별적 표현이 담긴 발언이 나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대자보에는 '외부시위 인원이 학교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웠으며, 몇몇 시위대 남성의 경우 여자화장실 사용가능 여부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는 내용과 "여대인데 생리대가 얼마나 많이 나오겠어요. 축제 때는 더 넘쳐납니다. 여학생들이라 커피를 많이 마셔서 플라스틱 소비를 많이 하는데 기후 걱정할 거면 우리 임금도 올려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누리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기자가 만난 일부 학생은 "흡연 구역도 아닌 교내 잔디밭에서 확성기를 설치하던 남성이 담배 피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교내에 있는 유치원 앞에서도 시위하더라" 등 민노총 소속의 외부인의 학내 시위 동참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반면 청소노동자 측은 민노총 소속 다른 학교의 청소노동자 또한 단체교섭 당사자로서 외부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윤경숙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덕성여대 분회장은 "만약 그런 일이 있었고 학생들이 불편하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자보에서 여성 혐오성 차별적 표현으로 지적한 집회 당시 발언에 대해선 "덕성여대 졸업생 한 분이 연대발언을 하면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성혐오의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내년 최저시급 안 되는 9390원 동결?
문제는 이 같은 시위 찬반 논란속에 정작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민노총 소속 13개 학교 청소노동자는 △시급 400원 인상 △휴게실 개선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들이 받고 있는 시급은 9390원으로, 이대로 동결될 경우 2023년 최저임금 9620원에 못 미친다. 덕성여대를 제외한 12개 대학은 모두 해당 요구안을 받아들였다. 13개 대학이 잠정 합의를 마치면 각 대학 사정에 맞는 보충 교섭을 하고 이후 함께 합의문을 작성하면서 교섭이 마무리된다. 하지만 덕성여대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단체교섭이 마무리되지 못한다.
한편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하는 휴게실 상황은 악취가 나거나 위생상태가 엉망이었다. 창문이 없고, 공간이 좁으며 환기도 되지 않아 끓여먹었던 라면 냄새가 진동했고, 계단 밑 창고에 가까운 휴게실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높이가 180㎝ 남짓해 움직이기가 불편했다.
게다가 위쪽 계단을 받치기 위한 돌출 구조물이 천장에서 툭 튀어나와 있는 곳은 높이가 150㎝에도 못미쳐 일반인이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기자도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돌출 구조물에 머리가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윤 분회장은 "저희도 파업, 점거 농성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청소 안 된 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시험 보는 게 얼마나 어렵겠나"라며 "그래서 저희가 (파업까지 할) 결단을 못 내리고 작년 11월부터 하던 교섭을 지금까지 끌고 왔다. 저희도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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