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26일 강 전 청장의 20대 총선과 관련한 정보활동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 재판 경과나 강 전 청장 재판 출석 현황, 가족관계 등에 비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강 전 청장의 18대 대통령 선거 관련 정보활동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 전 청장 시절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20대 총선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그 외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는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유죄 확정판결의 기판력(판결이 확정되면 같은 사건으로 다시 판결을 받거나 판결을 번복할 수 없는 소송법적 구속력)이 미친다고 보고 사법 판단 없이 형사소송을 종결하는 면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강 전 청장이 선거 관련 정보를 수집해 지속적으로 청와대에 배포하게 한 행위는 선거운동 자체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효율적 선거운동을 위한 계획 수립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행위"라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강 전 청장 등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채 오히려 자신들의 공적 지위를 남용해 경찰의 정보기능을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부당하게 이용되도록 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과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위법행위로, 엄중한 처벌을 통해 이런 사례의 재발을 방지해야 할 공익상 요청이 매우 강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 범행이 과거부터 대통령 국정 기조에 부합하는 편향된 정보활동을 하는 정보 경찰의 오랜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다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고, 위법한 정보활동이 그간 합리화돼왔던 경찰 조직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강 전 청장 등의 개인적 책임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 전 청장 등은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시 친박(친박근혜)계를 위한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대책을 수립한 혐의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당시 경찰청 정보국이 지역 정보 경찰 라인을 동원해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 동향' 등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문건을 생산한 것으로 봤다.
이들은 2012∼2016년 청와대·여당에 비판적인 진보교육감, 국가인권위 일부 위원 등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한 혐의도 받는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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