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Fed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린 부작용으로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Fed가 이를 의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Fed가 11월에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겠지만 12월엔 0.50%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 발표될 미국 3분기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1%(연율 환산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대확산 초기 이후 최저치이며 2분기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4월 이후 매월 미국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추월하면서 상품 소비는 7∼8월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올해 1·2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던 미국 경제성장률도 3분기에는 플러스로 반등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소비 증가 덕분이 아닌 수입 감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와 관련해 집값 하락 폭이 커진 것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률 또한 3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발표된 미 주요 도시 집값 지표인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9%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 7월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두 달 연속 내렸으며 하락 폭은 7월(0.2%)보다 훨씬 커졌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0월 소비자신뢰지수도 102.5로 8월(103.2)과 9월(107.8)보다 떨어져 경기둔화 우려로 가계의 소비 심리도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퍼런스보드 측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소비자 심리와 지출에 강력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재고가 이미 준비돼있는 만큼 수요가 모자라면 판매 가격 할인 폭이 커져 소매업자들의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 산업계에서도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가리키는 '수요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드·결제업체 비자는 3분기 세계 결제 금액이 2조9300억달러(약 4176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10.5% 늘어 전분기(+12%)는 물론 시장 전망치(+11%)에 살짝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가전제품 기업 월풀은 최근 거시경제의 어려움과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인해 수요가 감소했다고 진단했고 장난감업체 하스브로는 소비자들이 점점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고 봤다.
소비재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은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 제품 가격 인상과 용량 축소 조치를 했다고 밝혔으며 코카콜라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한 상품 구성을 판매 중이다.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에 미국 국채금리가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8월 연 2.6% 정도였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연 4%대로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이날 "미국 재무부가 국채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20여 년 만에 시장에 개입해 국채를 사들이는 '바이백'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 15~21일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금리가 전주보다 0.22%포인트 오른 연 7.16%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2001년 이후 최고치다.
8월 잭슨홀 미팅 이후 '일시적인 경기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보인 Fed 내부에서도 경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정책 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려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속도 완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도 "금리 인상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는 전략도 이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긴축 속도를 늦추면 다시 인플레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대니얼 핀토 JP모간체이스 대표는 "더 완화적인 통화 정책으로 조기에 돌아서는 것은 1970~1980년대와 같은 실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