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시다면, 맞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국내 예능프로그램에서 수면을 취하기 전 입에 붙이는 구강 테이프의 효과를 보여주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방영됐다. 미국에서는 구강 테이프 사용을 권장하는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면 구강 테이프 사용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전 의료진의 진단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미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켁 의과대학 라지 다스굽타 임상의학과 교수는 구강 테이프에 대해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은 잠을 자다가 갑자기 숨이 멈추는 증상으로, 가장 흔한 수면장애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30세부터 69세 성인 중 10억 명 이상이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을 가지고 있고, 수백만명은 진단을 받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다스굽타 교수는 “구강 테이핑의 이점에 대한 증거는 제한적”이라며 “구강 테이프를 붙이기 전에 전문의의 진단을 먼저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CNN은 최근 틱톡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다수의 영상에 구강 테이프의 이점만 담겨있을 뿐 위험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NN이 인터뷰한 한 여성은 “나는 구강 테이프를 사용해 매일 밤 입을 닫고 잔다”며 “제대로 자는 것은 노화 방지에도 굉장히 중요하고, 최고의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한 여성은 구강 테이프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사용 이유에 대해 “사실 잘 모르겠다. 틱톡에서 봤는데, 이점은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잠을 잘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국내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구강 테이프는 여러 차례 소개됐다. 연예인들이 수면의 질 개선 등 구강 테이프의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것. 한 방송에서는 구강 테이프가 목 건조함을 막기 위한 가수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실제로 구강 테이프는 신경을 자극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수면 중 코 호흡이 중요한 이유는 코가 공기를 정화하고,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입으로 호흡하면 목이 건조해져 통증이 동반될 수 있고, 호흡기관이 망가질 우려가 있다. 수면의 질 또한 낮아진다.
문제는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구강 테이프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슬립수면클리닉에 따르면 숨이 막힐 때는 빨리 입을 벌려서라도 숨을 쉬어줘야 하는데, 입을 막고 있으면 바로 입을 벌리기 힘들어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 다스굽타 교수는 “구강 테이핑을 시도하기로 결정했다면, 연쇄 살인범의 인질처럼 수평으로 테이핑하지 마시라”며 “수직으로 약간만 붙이면 된다”고 조언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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