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스토킹 관련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가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대대적 개정에 나섰지만 과연 실효성이 담보될 것인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스토킹처벌법의 가장 큰 맹점으로 지목됐던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은 긍정적이나, 피해자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10월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고 가해자에 대한 잠정 조치로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내용을 담은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반의사불벌죄는 가해자 처벌에 피해자 동의가 필수 전제 조건인데 이 때문에 합의를 빌미로 2차 스토킹이나 보복 범죄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컸다.
■ 신고 건수 약 2만건...'인력부족' 문제
전문가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꼽는 문제점은 경찰이 처리해야 할 사건 수 증가에 따른 인력 부족 사태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연도별 스토킹 112신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1~8월 스토킹 신고 건수는 1만 8784건에 달한다.
그동안 합의 등으로 고소가 취소되거나 처벌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 사건이 종결됐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고가 들어오는 사건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를 해야 하므로 경찰이 담당해야 할 사건 수는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토킹 사건 관련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전자적인 감시를 하려면 스토킹 전담 경찰관 등의 추가적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며 "필요 자원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고 전 위치추적' 인권 침해 우려도
선고 전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것도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로 법원의 인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크다.
유죄 판결 전 가해자에 대해 위치추적 장치를 붙이는 처분이 이전까지는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원이 인용 결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구속영장 없이 가해자를 최대 한 달까지 유치장에 구금하는 '잠정조치 4호'의 경우도 인권 침해 소지가 있어 다른 잠정조치에 비해 법원 인용률은 크게 낮은 실정이다.
권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6월 경찰이 신청한 전체 잠정조치 4355건 중 법원이 인용한 것은 3676건으로 15.5%만 기각된 반면, 잠정조치 4호의 경우 169건의 신청 중 83건만 인용돼 절반 이상이 기각됐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위치 추적의 경우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 신중하게 발동 요건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위치추적이 해제된 후에도 관련 정보를 제거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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