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후 첫 재판서 진술
"김만배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겁이 나서 사실대로 말 못했다"
대장동 일당 잇달아 말 바꿔
"李대표 측에 최소 4억 전달" 주장
"김만배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겁이 나서 사실대로 말 못했다"
대장동 일당 잇달아 말 바꿔
"李대표 측에 최소 4억 전달" 주장
■남욱 "천화동인 1호, 이재명 측 지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대장동 일당' 재판에서 남 변호사는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검찰 측 신문을 받았다.
남 변호사는 이날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 지분 중 일부가 이 대표 측 몫이었다는 증언에 이어 자신이 건넨 돈이 이 대표 측 측근인 정 실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내용의 증언을 이어갔다. 남 변호사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먼저 얘기해줄 수 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천화동인 1호 지분과 관련해 이 시장 측 지분이라는 걸 김만배씨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이 시장 측 지분을 말하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남 변호사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겁도 났고, 입국하자마자 체포돼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정신도 없었다"고 답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 보통주 지분(7%) 가운데 약 30%를 차지하는 천화동인 1호는 1208억원을 배당받았다. 그간 대장동 일당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가 김씨라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진술을 잇달아 번복해 이 대표 측의 숨은 몫이 있다고 '폭로'하고 있다.
■"유동규에게 건넨 돈, 정진상·김용 전달된 것으로 알아"
남 변호사는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돈 3억5200만원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정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들한테 드려야 하는 돈이라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높은 분들'에 대해서는 "정진상(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돈의 출처와 돈을 건넨 장소, 돈을 건넸을 당시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남 변호사 증언에 따르면 이 돈 가운데 9000만원은 2014년 4월 16일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자주 가던 일식집에서 현금 형태로 쇼핑백에 담아 전달됐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돈을 전달하고 왔다'고 이야기했고, 유 전 본부장이 다른 방에 다녀온 뒤 쇼핑백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돈이 전달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다만 남 변호사는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돈을 건네받았을 것으로 생각한 사실에 대해 직접 확인하진 않았느냐'고 묻는 검찰 측 질문에 "그 당시에 확인하진 못했다"고 답했다.
앞서 구속기간 만료로 먼저 석방된 유 전 본부장에 이어 풀려난 남 변호사까지 이 대표를 겨냥한 작심 발언을 이어가면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재판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최측근 2명이 잇달아 구속된 데다 대장동 일당 재판에서 남 변호사의 본격적인 폭로가 시작되면서 이 대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비리의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이 대표였다는 검찰의 구도는 2014년 성남시장 재선을 앞두고 이 대표 측에 최소 4억원을 건넸다는 남 변호사 측의 법정 증언까지 더해지며 점차 분명해지는 모양새다.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 등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에 최소 651억원의 이익을 몰아주고 그만큼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는 24일 김만배씨까지 석방될 경우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던 '대장동 3인방'이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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