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몇초면 택시 잡히지만… 부담 커진 시민들 "지하철 탈래요" [입장 들어봤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3 18:07

수정 2022.12.13 19:41

서울 택시요금 심야할증 2주
물가 비싼데 교통비까지 늘어
"대중교통 끊기기 전 회식 끝내"
서울 외곽 거주자들도 불만 확산
승차거부 줄어 좋다는 의견도
기사들은 "수입 늘었다"
택배·배달업 접고 많이 돌아와
"돈되는 저녁시간 영업 늘릴 것"
일부 밤에만 골라태우기 부작용
법인택시는 사납금 인상 걱정
"회사에 내는 돈 늘면 무슨 소용"
서울 택시요금 심야할증이 시작된 지난 1일 오후 10시 택시 미터기에 자동으로 '+20%' 표시가 나타났다. 사진= 주원규 기자
서울 택시요금 심야할증이 시작된 지난 1일 오후 10시 택시 미터기에 자동으로 '+20%' 표시가 나타났다. 사진= 주원규 기자
서울 종각역 부근에서 한 시민이 택시를 이용하는 모습. 뉴스1
서울 종각역 부근에서 한 시민이 택시를 이용하는 모습. 뉴스1
지난 1일 서울 택시요금 심야할증이 조정됐다. 일단 심야할증 적용 시간이 종전보다 2시간 빠른 오후 10시부터다.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는 기본 할증률(20%)의 배인 40% 할증이 적용됐다. 이는 택시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평상시 3800원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오후 10시∼오후 11시와 오전 2시∼오전 4시에는 4600원으로, 오후 11시∼오전 2시에는 5300원으로 뛰었다.


이런 변화로부터 2주가 지난 현재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당장에 벌이가 좋아진 택시 기사들은 심야할증 조정을 반기고 있다. 그동안 야간에 택시가 없어 귀가에 어려움을 겪던 시민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반대로 근본적으로 기본요금이 너무 낮아 개선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택시 기사들의 지적도 나온다. 시민들도 연말연시 늘어난 저녁자리에 택시비까지 오르자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기사 "수입이 늘어난 것은 사실"

13일 기자가 만난 택시 기사들은 심야할증 확대를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고유가 등으로 "운행할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조치로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 김모씨는(59)는 "심야할증을 손 본 이유가 야간 택시 운행을 늘리는 데 있다고 들었다"면서 "할증이 바뀐 이후 갑자기 수입이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수입이 늘어나니 택배나 배달 등으로 떠났던 택시 기사들이 돌아올 수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수입이 좋은 저녁시간대로 영업시간을 옮겼다는 택시기사 강모씨(49)도 "평소에는 아침에 나와서 저녁에 들어가지만, 최근에는 오후 4시에 출근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저녁에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심야할증 조정을 반기면서도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 택시 기사들의 이야기다. 특히 법인택시 기사들은 회사에 내는 사납금까지 따라 오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서울시가 심야할증 확대를 결정한 것은 야간시간에 택시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수입이 늘어나면 야간시간에 운행하려고 나서는 택시 기사들도 많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법인택시의 사납금의 인상으로 수입증가 효과가 상쇄되면 택시 공급 확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법인택시 기사 황모씨(62)는 "아직은 사납금이 오르지 않아서 수입이 늘어나기는 했다"면서도 "자연스럽게 연말 지나고 사납금을 올리지 않을까 예상한다. 요금이 인상된 만큼 회사에서 가져가면 택시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근본적으로 택시요금이 올라야 된다는 입장을 보이는 택시 기사들이 많았다. 서울시의 택시 기본요금은 지난 2019년 2월 이후 동결되고 있으며 내년 2월께 인상이 예상된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A씨는 "밤에 수입이 늘어나니 낮에는 손님을 안 태우려는 기사들도 있다"며 "할증이 문제가 아니라 택시 기본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싼 부분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 "함부로 택시 탈 수 없어"

시민들 사이에서는 할증 요금 인상이 부담된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특히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컸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면서 서울 중구(을지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임모씨(29)는 "(심야할증 확대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장과 사는 곳이 멀어서 연말이 되면 회식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탄다. 예전과 비교하면 한번 택시를 탈 때마다 5000원에서 1만원까지 비용이 늘어났다"며 "특히 11시부터 적용되는 할증 40%는 너무 비싸고 사실 20%도 버겁다"고 설명했다.

경기 안양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씨(31)도 "최근 안양으로 이사를 했는데 택시 요금 부담이 너무 크다. 함부로 택시를 탈 수가 없게 됐다"며 "야간에 택시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원래도 안양까지는 장거리라서 택시가 잘 잡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비용만 늘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들도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물가 인상으로 생활이 팍팍한데 택시 요금까지 올라서다.

대학생 정모씨(24)는 "개인적으로 할증 이후로 택시를 한 번도 타지 않았다"며 "할증이 올라 택시 (공급이) 느는 것이 아닌 택시를 타는 사람을 줄이게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직장인 박모씨(39)는 "과거에는 택시를 믿고 늦은 시간까지 회식이나 저녁자리를 가졌지만 최근에는 지하철 시간에 맞춰 저녁자리가 종료된다. 물가가 올라 외식비용도 부담인데 택시 요금까지 오르니 (요금 인상을) 반길 수가 없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달했다.

시민들 중에서는 요금이 오르기는 했지만 택시가 늘어난 만큼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서모씨(27)는 "직장이 여의도라서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데 거리가 멀지 않아서 심야할증 확대 부담이 크지는 않다"며 "과거 짧은 거리라고 택시가 승차 거부를 많이 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요금을 더 내더라도 택시를 잡을 수 있는 지금이 좋다고 생각한다"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4)도 "평소에도 택시 요금이 너무 저렴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진 것이라고 느끼겠지만 지금이 정상 가격이 아닐까 한다"며 "밤이 되면 택시 잡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심야할증 확대를 계기로 택시 수요가 줄거나 택시 공급이 느는 방향으로 변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언급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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