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이들 교육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집에 세를 주고 이사 갈 집을 찾고 있다. 대출을 별도로 받지 않아도 전세보단 월세 매물을 찾고 있다. 전세로 돈을 묶어 두느니 월세를 꼬박꼬박 내더라도 목돈은 다른 상품에 투자해두는 게 더 이득이더라."(서울 거주 40대 직장인 A씨)
월세 거래량 2년 만에 150% 급증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100만원 이상 월세 거래량은 8만 812건을 기록했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만 해도 3만 2000여건에 불과하던 것이 2년 만에 150% 이상 급증했다. 지난 한해 고액 월세 급증은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지방 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지난해 서울에서 월세가 가장 높은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PH129’로 전용면적 273.96㎡기준 보증금 4억원, 월세 4000만원에 계약을 했다. 이어 수도권인 경기도에서는 고양 일산동구 장항동에 위치한 ‘킨텍스원시티’ 전용면적 148.9336㎡로 전세보증금 3억 5000만원, 월세 1200만원이 가장 높은 월세 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역전세난 속 부담이 될 수 있는 고액 월세도 동반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자산 규모가 크더라도 고금리시대엔 돈을 묶어 두고 대출 이자를 갚는 것보다 월세를 살더라도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더 이득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부자들, 현금 확보해 금융자산 투자"
실제로 지난달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2 한국부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들의 '금융자산' 추이는 증가세다.
특히 팬데믹 전후인 2019년(2154조원) 대비 2021년(2883조원) 한국 부자의 금융자산은 33%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은 14.7% 증가하며 금융자산에 비해 증가 속도가 더뎠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고금리 시대가 가속화 된 지난해 더 짙어졌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경영연구소 황원경 연구원은 “부자들은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영향을 고려해 자산운용 계획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며 “당장은 현금을 확보해 안전자산에 투자할 시기로 보고 있으며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경우를 대비해 관심 지역의 매물 정보를 분석하며 투자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월세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미국발 금리 인상과 채권 시장의 돈맥경화로 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액을 축소하고 월세로 갈아타고자 하는 문의가 전년대비 20% 이상 늘었다”며 “전세의 월세화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여 무리한 대출을 줄이는 한편 전세가율이 낮고 안전한 주택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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