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라지는 버스터미널… 3년간 18곳 문닫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04 18:07

수정 2023.01.04 18:07

승객 감소로 갈수록 경영 악화
지자체 "민영이라 지원 못해"
대중교통 줄어 시민들 불편 호소
이용객 감소로 지난달 문을 닫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연합뉴스
이용객 감소로 지난달 문을 닫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연합뉴스
최근 3년간 여객운송에서 버스 이용률이 감소하면서 버스터미널 18곳이 폐업한 것으로 확인했다. 버스가 철도에 비해 경로선택이 자유롭고 요금이 저렴한 '서민의 발'인 만큼 주 이용객인 서민들의 불편함이 예상된다. 지자체는 민영인 버스터미널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줄폐업에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 닫는 버스터미널'

4일 국토교통부와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터미널협회) 등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폐업한 버스터미널은 전국적으로 18곳에 이른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버스터미널은 296곳으로 이 중 6%에 해당하는 수치다.


폐업한 곳은 △경기도 2곳(포천시, 성남시) △강원도 2곳(원주시, 영동군) △전북 3곳(김제시, 남원시, 익산시) △전남 4곳(광양시, 곡성군, 고흥군, 영암군) △경북(청도군, 울진군, 성주군) 등이다. 이들 중에는 경기도 성남시(92만명)과 강원도 원주시(36만명), 전라북도 익산시(27만명) 등 인구 30만여명이 거주하는 지역거점도시의 버스터미널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버스터미털의 폐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여객 운송이 철도 중심으로 재편된 영향이 컸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한 '2021 여객운송사업전망'에 따르면 지난 2014~2019년 동안 고속·시외버스 이용률은 연평균 약 3%씩 줄어든 반면, 고속철도 이용률은 연평균 11.9%씩 증가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매표수익이 급감하면서 버스터미널의 경영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터미널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지난 2019년과 견줘 전국적으로 버스터미널의 매출액은 반토막이 난 상황"이라며 "지역에 따라 심하면 2019년 대비 80%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러 이유로 여전히 버스를 선호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채모씨(62)는 "평소 친정인 안동으로 가기 위해 승하차가 자유로운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며 "(경기도 성남시)에서 안동까지 가는 기차를 타고 가려면 서울에 있는 청량리역을 이용해야 하는데, 청량리역으로 이동하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린다"고 언급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구모씨(31)도 "프리랜서로서 지방 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버스터미널이 없어지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줄어든 것 아니겠냐"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정상운영될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영역으로 지자체 권한 밖"

시민들의 불만에도 지자체는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분위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버스터미널은 민간기업의 영역이지 지자체가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며 "지역민들이 버스터미널이 사라짐에 따라 겪는 고통은 알겠지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 관련 법령에 지원 근거도 없고 재정지원한 선례도 없는데 지차체가 무슨 수로 버스터미널의 경영상 어려움을 지원하겠냐"고 반문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폐업에 내몰릴 정도로 버스터미널 업체들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줄 몰랐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교통복지 차원에서라도 지자체 등 공공이 나서서 버스터미널의 폐업을 막기 위한 예산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전국 지자체 226곳 중 45곳은 지난 2020~2021년까지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지원한 사례가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 교수는 "버스는 산간오지 등 교통 소외지역에까지 대중교통망을 연결할 수 있는 교통시설인 만큼 지역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된다"며 "경제논리로 보면 버스터미널이 존재할 이유가 점점 사라질 수도 있지만 교통복지 차원에서는 교통약자에게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물"이라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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