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부동산시장, 경제가 상수 금리는 변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12 18:10

수정 2023.01.12 18:33

[강남시선] 부동산시장, 경제가 상수 금리는 변수
2000년대 이후 부동산시장에 광풍이 몰아친 대표적 시기는 노무현 정부(2003~2008년) 때다. 특히 2006년은 수도권 아파트 값이 전년 대비 24.2%(한국부동산원 기준) 폭등해 집계 이후 아직까지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2007년에도 7.86% 오르는 등 여진은 2009년까지 이어졌다. 당시 금리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보다 높았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으로 2006년 5.64%, 2007년은 6.34%이다.
2008년에는 시중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가 7%대에 진입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신한은행의 3년 고정금리형 주담대가 10%로 올라섰지만 연간 수도권 아파트 값은 전년 대비 6.77% 올랐다.

부동산대책은 규제 일색이었다. 종합부동산세 신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등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수요억제책들이 쏟아졌다. 고금리와 고강도 규제에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버블세븐, 강남불패의 신조어가 이때 생겨났다.

지난해 주담대 평균 금리는 11월 말 기준으로 4.2%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값은 6.2% 빠졌다. 집값급락 배경의 단골메뉴는 고금리다. 2%대의 초저금리에서 단기간 2~3배 이상 가파르게 오른 것은 분명 큰 부담이다.

하지만 최대 두자릿수 이자율에도 집값이 상승한 노무현 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그중에서도 경제성장률과 물가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2006년의 경제성장률은 4.3%, 소비자물가지수는 76.0이다. 당시 안정적 성장과 물가가 유지되면서 고금리에도 시중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문기관들이 추정한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 내외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102.0)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 전망이 주류를 이뤄 더 어둡다.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실물자산을 선호하는 게 통상적이다. 다만 부동산은 일반 재화와 달리 개인자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가의 투자자산이다. 이 때문에 고물가 국면에서 경기침체 리스크까지 높아지면 주택 구매와 투자 수요가 위축되는 게 스태그플레이션과 부동산시장의 역학관계다.

정부의 과감한 전방위 대책이 지속성을 갖고 제대로 힘을 쓰려면 안정적 경제성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면 백약이 무효다. 실물경제 회복과 역동적 성장이 부동산시장이 연착륙으로 들어서는 최종 관문인 셈이다.
"경제가 상수, 금리는 변수." 부동산시장 불변의 법칙 중 하나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건설부동산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