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시장의 유동성 부족 현상이 완화되면서 투자 시장에 '온기'가 포착된다. 주요 투자자였던 공제회들이 2022년 전반적으로 회원대출의 폭등, 예금런, 환헷지, 캐피탈콜 등으로 유동성 부족 현상을 겪었고 투자에 소극적였다. 하지만 2022년 말부터 주요 공제회들의 자금수지가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23년 의미있는 투자재개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다. 투자 대상 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 조정이 이뤄진 만큼 투자 적기라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한몫한다.
■아이에스동서, 2차전지 리사이클링 TMC 인수..IRR 약 150%
올해 성사된 딜 중 하나는 2차전지 리사이클링 전문업체인 타운마이닝캄파니(TMC)다. 아이에스동서는 TMC 100%를 인수키로 했다. TMC 주식 350만주를 2275억원에 거래다. TMC를 2021년 385억원에 인수한 아스테란인베스트먼트 '아스트란 마일스톤 사모투자 합자회사'로서는 이번 매각으로 IRR(순내부수익률) 약 150%, 머니 멀티플 약 550%를 달성한다.
이 펀드의 앵커투자자는 60%를 투자한 아이에스동서다. 주요 재무적투자자(FI)로는 신한캐피탈, KDB캐피탈, IBK캐피탈, 한국캐피탈이 있다. TSMC와 더불어 대만의 최대기업이자 글로벌 최대 화학기업인 포모사 플라스틱그룹도 투자자다.
TMC는 지난 1998년 국내 최초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 경상북도 칠곡군에 전구체복합액 공장을 세웠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 생산 능력은 1만8000t으로 현재 국내 전구체복합액 처리 기업 가운데 최대다. 이 외에도 TMC는 연간 탄산리튬 1200t, 인산리튬 520t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글랜우드PE, 한국유리공업 LX인터내셔널에 매각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한국유리공업(한글라스)을 LX인터내셔널에 매각했다. 5904억원 규모다. 2019년 12월 한글라스를 약 3100억원에 인수한지 만 3년만에 2.3배의 투자원금 대비 수익률(MOIC), IRR 30%를 기록하게 됐다.
글랜우드PE는 한글라스 투자당시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등이 참여한 1호 블라인드 펀드(글랜우드코리아제1호)에서 100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자금은 새마을금고중앙회, 과학기술인공제, 농협중앙회 등이 참여한 공동투자펀드 등으로 조달했다.
한국유리공업은 1957년 설립, 자동차·TV 브라운관 유리 등을 생산하고 국내 최초로 에너지 절약형 코팅 유리를 개발해 보급했다. 한국유리공업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프랑스기업 생고뱅그룹에 매각된 바 있다. 이후 글랜우드PE가 2021년 기준 매출 3100억원, 영업이익 365억원을 올린 기업으로 키웠다.
4500억원 규모 글랜우드코리아제1호는 글랜우드PE의 첫 블라인드 펀드다. 2018년 하반기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출자자(LP) 펀딩을 통해 4537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해양에너지·서라벌도시가스, 한국유리공업, PI첨단소재, CJ올리브영 등이 있다.
■메리츠, 美 센트럴파크타워 선순위 대출투자금 모두 상환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센트럴파크타워에 대한 1억달러의 선순위 대출투자금을 모두 상환받기도 했다.
센트럴파크타워는 지난해 5월 준공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주거형 시설이다. 지상 137층에 179가구 규모다. 가격이 3.3㎡당 2억원에 육박, 럭셔리 레지던스, 하이엔드 콘도로 불린다.
이 프로젝트는 상하이투자청인 상하이 뮤니시펄 인베스트먼트가 고급 콘도 전문 디벨로퍼 엑스텔과 조인트벤처(JV)를 조성해 이뤄졌다. 개발 비용은 31억달러에 이른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시행사인 엑스텔이 9억달러의 건설 대출(C-Loan)을 조달한 2017년 12월 투자에 참여했다.
하지만 코로나를 비켜가진 못했다. 공기가 지연되고, 분양 가격도 낮아졌다. 다행히 대출 만기 전에 공사가 완료됐고, 시공사와 최대 공사비를 미리 정해둔 덕분에 비용 증가 폭도 미미했다.
2021년 이후 미국 럭셔리 콘도 가격의 할인 수준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이 기간에만 7억달러의 자금이 들어왔고, 이는 메리츠금융그룹이 투자금을 상환받는 배경이 됐다.
이 외에도 유진자산운용은 비스톤에쿼티파트너스와 함께 네이버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지분을 사는 펀드를 조성 중이다. 1380억원 규모 조성이 목표다. 네이버가 투자한 구주 물량으로는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잉카엔트웍스’, 명품거래 마켓플레이스 ‘발란’, 인도 핀테크 기업 ‘밸런스히어’로 등이 있다.
■부동산 PF는 뇌관
하지만 아직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투자 시장에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해서다. 이에 따라 올해 건설뿐 아니라 그동안 부동산 금융 비중을 키워온 증권·저축은행·캐피탈 등 금융업종 전반의 신용도 리스크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주요국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매매가 하락으로 매수심리 저하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제반 거시경제 여건이 저하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저조한 분양 경기가 당분간 지속되고, 미분양 지역의 확산으로 건설사 분양위험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과 자금조달 환경이 나빠지며 건설사의 차입금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차환 관련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신평은 "단기적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하거나 PF 유동화 증권 및 회사채 상환·차환 관련 리스크가 커지는 건설사 위주로 신용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며 "BBB급 건설사와 PF 우발채무 규모가 큰 A급 건설사 중심으로 신용도 부담이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주택시장이 호황이었던 최근 몇 년간 부동산 PF 사업 비중을 늘려온 금융업종의 신용등급 전망도 올해는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의 경우 "급격한 금리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부동산 PF 및 브릿지론 등과 관련한 건전성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며 "PF 유동화증권 시장 경색 등으로 인한 역마진 영향으로 채무보증 수수료 수익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해외부동산 등 대체투자 펀드, 사모펀드(PEF)·벤처캐피탈(VC) 등 기업투자의 경우에도 높은 금리 수준과 경기침체라는 이중고로 가격 하락 압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금융 비중이 약 200%에 달하고, 부동산금융 내 (리스크가 특히 큰) 브릿지론 비중이 약 50% 수준"이라면서 재무 건전성 악화를 우려했다.
한신평은 캐피탈 산업 역시 "부동산금융이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커져 업권 전반에 브릿지론·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대두됐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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