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구씨, 뇌전증 진단 불분명한 점 악용
온라인서 병역의 신으로 활동하며 홍보
한 건당 수천만원대 상담비 받아
동종업계 제보로 덜미 잡혀
檢, 연예계·법조계 인사 등 70여명 수사
온라인서 병역의 신으로 활동하며 홍보
한 건당 수천만원대 상담비 받아
동종업계 제보로 덜미 잡혀
檢, 연예계·법조계 인사 등 70여명 수사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군 수사관 출신인 구씨는 지난 2019년 9월께부터 군 행정사로 일하면서 현역 부적합 심사위원회 관련 업무를 했다. 이 과정에서 뇌전증 진단이 불명확하며, 뇌전증으로 인한 병역 감면이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뇌파 검사나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에서 뇌전증이 확인되지 않는 비율은 약 50%에 이른다. 환자가 발작 등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 진료를 받으면 뇌전증으로 판정받을 수 있다. 1년 이상 뇌전증 치료를 받으면 4급(보충역), 2년 이상이면 5급(전시근로역)으로 분류된다. 병역 감면 이후 사회생활에 어떤 지장도 초래하지 않는다.
구씨는 네이버의 '지식인'과 '엑스퍼트(전문가 질의응답)', '블로그' 등에서 자신의 사무소를 홍보했다. '병역의 신'은 구씨의 온라인 활동명이다. 구씨는 '신검, 재검, 이의제기, 중신검, 병역처분 변경에 대한 병역의 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구씨는 의뢰인들에게 허위로 뇌전증 증상을 꾸며 병역을 피하는 시나리오를 알려주고 상담비 명목으로 한건당 수천만원을 받았다.
지난 2020년 7급 판정을 받은 이모씨 또한 구씨의 조언을 듣고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지난 2020년 6월 20일쯤 병역 카페를 통해 구씨의 상담받았고 그 대가로 1000만원을 지급했다. 이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한번, 지난 2020년 6월께 게임을 하던 중 또 한번 발작을 일으켰다는 취지의 거짓말로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뇌전증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재병역 신체검사대상 7급으로 감면됐다.
합동수사팀은 지난 26일 구씨와 같은 수법을 이용한 또 다른 브로커 김모씨(37)를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구씨의 사무소에서 일하다가 나와 새로 행정사 사무소를 차렸다. 김씨를 통해 병역을 면탈한 의사 A씨(30), 프로게이머 코치 B씨(26), 골프선수 C씨(25) 등 15명도 함께 기소됐다. 구씨를 통해 병역을 감면받은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씨(27)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찌감치 혐의를 인정했다. 이외에 프로축구 선수 D씨,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아들 E씨 등이 병역 면탈 혐의로 입건됐다. 합동수사팀은 이들을 포함한 70여명의 병역 비리 연루자들을 수사 중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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