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위원님, 제 말을 들어보시라니까요!"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 15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에게 이 같이 호소했다. 비동의간음죄에 대해 질의를 받은 한 장관이 답변하려는데, 권 의원이 여러 차례 한 장관의 말을 끊자 참다 못 해 나온 말이었다.
두 사람의 이같은 대화는 5분 넘게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거나 한숨을 쉬기도 했다. 권 의원이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한 장관의 말을 막자, 회의장에 참석한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이 참" "좀 들어보세요" 라는 탄성도 터져 나왔다.
15일 권 의원은 지난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한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지난 8일 한 장관은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반대하느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여러 생각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저도 절대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현장에서 25년 동안 일한 법률가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면서 "다만 이 법을 도입하면 동의가 있었다는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니라 해당 피고인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25년 일한 법률가로서 100% 확신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를 의심 받는 사람이 현장에서 동의가 있었다는 것을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억울하게 처벌 받게 된다"며 "상대방의 내심을 파악하고 입증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피의자가 100% 입증책임을 져야 된다는 얘기는 정말 거짓말이고, 이건 검사가 해선 안 될 말"이라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당시 발언했던 내용을 설명하려 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100% 피의자에게 책임이 돌아갑니다'라고 얘길 하셨죠?' 제가 질문하겠습니다"라고 한 장관의 말을 막았다.
한 장관은 "아니 틀리게 말해 놓고 질문한다고 하면 어떡하느냐"라며 해명하려 했지만, 권 의원은 "지금 강간죄 관련해서 폭행 협박,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고 질문을 이어나갔다.
이에 한 장관이 "위원님 제 말의 뜻은"이라고 대답하려 하자, 권 의원은 다시 "어차피"라면서 끼어들어 말을 이어갔다. 결국 한 장관은 말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후 한 장관이 "저는 법적으로 기소를 20년 넘게 했다"고 말하려는데, 권 의원은 "성폭행 수사해 보셨어요? 성폭행 수사해보셨냐고요"라고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당연하죠. 저를 뭘로 보시는거냐"라고 했고, 권 의원 "안다고 하더라도 이런 말을 할 수는 없다. 어떻게 '검사가 피고인이 입증 책임을 100% 질 것'이라고 잘못된 선동을 하느냐"고 질문을 반복했다.
한 장관도 당시 발언의 맥락을 설명하려 했지만 권 의원은 계속해서 말을 끊으며 질의 했다. 한 장관은 "말 좀 들어달라", "말할 기회를 주셔야 하지 않나", "토론을 못하게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이날 비동의간음죄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못 했다.
결국 한 장관은 이날 "말할 기회를 달라"는 말을 14차례 정도 한 끝에야 발언 기회를 얻었다. 그는 '100% 입증책임' 발언과 관련해 "동의 여부가 (강간의) 구성 요건이 되는 경우 내심(內心) 입증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제 말은 입증 책임의 사실상의 전환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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