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백판지 가격 줄인상… 포장업계 "오를 이유 없다" 반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8 17:59

수정 2023.03.08 17:59

한솔제지 등 제조사 4곳 일제 인상
"원자재 가격 올라 인상 불가피"
영업익 감소 올 비상경영 선포
포장업계 "과점 지위 남용" 반발
폐지 활용 백판지값 오히려 내려
일방적 인상 행위엔 불매도 불사
국내 백판지 업체들이 원자재가 상승을 이유로 이달부터 백판지 공급 가격을 인상했다. 하지만 골판지 포장업계는 가격 인상 요인이 희박하다며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판지 시장의 46%를 점유하고 있는 업계 1위 한솔제지는 이달부터 백판지 가격을 평균 10% 올렸다. 백판지는 폐지나 펄프 등을 배합해 만든 두꺼운 종이다. 표백처리 여부·펄프 함량 등 제작방식에 따라 지종이 나뉜다.


한솔제지는 구체적으로 과일·채소 등 농산물 포장재로 쓰이는 FSB·ACB 지종에 대해선 가격을 t당 15만원 인상했다. 화장품, 제약, 과자류 등에 사용되는 SC·IV 지종의 할인율은 30%에서 20%로 10%p 축소했다. 일반적으로 제지업체는 백판지 공시가격을 정한 뒤 지종별로 평균 30%를 깎아주는데, 이 할인율을 낮추면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백판지 시장 25%를 점유하고 있는 업계 2위 깨끗한나라도 이달 2일부터 골판지 제조용 SC 마닐라 판지 할인율을 30%에서 20%로 10%p 낮췄다. 시장 점유율 16%를 차지하고 있는 세하 역시 지난달 20일부터 SC 판지 가격을 t당 13만원 인상했고, 시장 점유율 13%인 한창제지도 이달부터 할인율을 20%로 축소했다.

백판지 업계는 공급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제지의 핵심 원재료인 국제 펄프 가격이 오른 데다가 인건비, 전기·가스 등 에너지 비용도 함께 높아져 원가 부담이 불어났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지는 생산원가에서 원자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면서 "원자재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져 업계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깨끗한나라·세하·한창제지 3사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깨끗한나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전년 130억원 대비 71% 감소했다. 세하와 한창제지 역시 지난해 전년 대비 각각 74%, 93% 줄어든 35억원, 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고환율 영향으로 호실적을 거뒀지만, 올해는 여러 악재 속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하지만 백판지를 이용해 각종 제품의 포장재를 만드는 골판지 포장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백판지 업계가 가격 인상 요인이 희박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려 상생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골판지산업협동조합측은 "폐지의 구성비가 95%에 이르는 백판지(SC마닐라 판지) 가격은 환율 안정과 수입단가 하락으로 오히려 인하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백판지 제조업체 4사가 동일 시기에 동일 기준 인상을 결행했다는 사실은 4개사의 과점적 공급자 우위시장 지위를 남용한 반시장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4개사에 대해 상생협력을 요청하며 가격 인상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정부에 부당 행위로 신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은 "일방적으로 인상 행위를 실행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도 불사할 것"이라며 "가격 인상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건전한 시장경쟁에 반하는 인상 행위를 제어해 줄 것을 요구하고 공정위에 부당 공동행위에 대한 위법 신고 조치도 하겠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