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지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무덤에도 침을 뱉어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첫 문장에 "나는 오늘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어 김 지사는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에 대해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의 치욕이자 오점'이라고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비난했다. 삼전도 굴욕은 조선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 태종에게 굴욕적인 항복선언을 한 것을 말한다.
김 지사는 "두 명의 장관께 감사드린다. 나는 오늘 병자호란 남한산성 앞에서 삼전도의 굴욕의 잔을 기꺼이 마시겠다"라며 "삼전도에서 청나라에게 머리를 조아린 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임진왜란을 겪고도 겨울이 오면 압록강을 건너 세계 최강의 청나라군대가 쳐들어올 것을 대비하지 않은 조선의 무기력과 무능력에 있다"라고 적었다. 그는 "그때 김상헌 등의 '척화'를 택했으면 나라를 구할 수 있었겠냐"며 "그 호기는 턱도 없는 관념론이다. 민주당의 실력이 그것밖에 안 되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애국심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라며 "'통 큰 결단'은 불타는 애국심에서 온다. '박정희의 한일 협정', '김대중 오부치 선언'을 딛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의 결단은 '지고도 이기는 길'을 가고 있다"며 "진정 이기는 길은 굴욕을 삼키면서 길을 걸을 때 열린다"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일본의 사과와 참회를 요구하고 구걸하지 말라. 그것은 그들이 구원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라고 평한 뒤 "환경부 장관께도 오늘 아침 경의를 표하고 싶다. 장관도 지금 이 시대의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지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는 "모두가 독배를 들고 '열일'한다"며 "대한민국이 상식을 회복하고 있다. 외교가, 국방이, 안보가, 무엇보다 시장이 그리고 노동 개혁이 바로 섰다"라고 현 정부의 인사와 정책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김 지사는 "개혁을 위해서 쓴 잔의 외로움으로 빚어내는 업적이 켜켜이 쌓여간다"며 "윤 대통령 당선 1년에 특별히 잘한 일이 없다"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내 눈에는 버릴 것이 별로 없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8일 오후 김 지사의 SNS에는 "지사님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라고 쓴 한덕수 국무총리의 글을 포함해 195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는 "이런 용기와 혜안을 가진 정치인들이 있다는 게 큰 위안"이라는 내용부터 "정치의 유불리를 배제한 미래를 향한 용기있는 결단"이라는 호평도 있었지만 "충북도민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신들이 참 부끄럽다", "동의하지 못하겠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도 있다"는 등 비판 글도 있었다.
민주당 충북도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김 지사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정부안에 대해 피해자도, 국민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김 지사의 망언은 명분도, 실리도 없이 오로지 도민의 자존심만 무너뜨렸다"라고 지적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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