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현 시점에서 정해진 바 없어"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카자흐스탄 기업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1년 동안 가동을 멈춘 상태다.
9일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정부 정책·혁신·통상위원회 위원장 키릴 솔로베이치크는 최근 시정부가 카자흐스탄과 현대차 공장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통신은 구체적으로 카자흐스탄의 어떤 업체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지 등의 상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연간 출하대수는 4만4976대로 2021년(23만3084대)와 비교해 80.7% 급감했다. 전쟁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작년 3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재가동 시점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해 말에는 현지 직원 감원 작업에도 착수했다. 현대차 공장이 멈추면서 이와 연계된 현대모비스의 러시아 모듈·부품 공장을 비롯 부품 협력사들의 생산시설도 1년 넘게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차는 2011년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이후 쏠라리스, 크레타, 기아 리오 등을 생산해왔다. 연간 생산 규모는 23만대 수준이다. 특히 그동안 현대차는 경쟁사들이 시장 부진을 이유로 철수할 때에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고, 2020년엔 연산 10만대 규모의 GM 러시아 공장까지 인수한 바 있다. 2021년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러시아 판매량은 수출 물량과 현지 생산 등을 포함해 38만대 규모로 성장했고, 수입차 중에선 1위를 달릴 정도로 입지를 굳히며 승승장구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들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직후 러시아 사업을 축소하거나 정리하는 가운데서도 이른바 '버티기' 태도로 전략적 인내를 이어왔다. 하지만 러시아 공장의 가동 중단이 1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결국 매각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러시아 현지 언론 보도와 관련 현대차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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