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다니던 대학의 계절학기 프로그램으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가봤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프르에 있는 림콕윙대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들으며 총 6주간 있었다. 금요일 오후 수업이 끝나면 삼삼오오 팀을 이뤄 말레이시아의 여러 도시는 물론 인근의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먼저 수도인 콸라룸프르의 쌍둥이 빌딩 등 주요 관광지를 돌고 이어 피낭섬, 랑카위섬, 겐팅하이랜드, 말라카 등 여러 도시를 돌았다. 사람이 노를 젓는 나무 배를 타고 야간에 강을 따라 주변을 가득 채운 반딧불이를 보고, 그 형광의 초록빛에 온 몸이 감싸였던 기억은 아직까지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아있다. 이후에는 주말마다 삼삼오오 팀을 짜 홍콩, 싱가폴, 태국 등 인근 국가로 여행을 다녔다.
당시에도 인터넷에 여러 정보들이 있었지만 가장 많이 의지했던 것은 '저스트 고 말레이시아'라는 여행책이었다. 주요 관광지 소개는 물론 해당 국가의 환율, 날씨, 출국방법, 교통편 등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책 안에 부록으로 있는 지도를 찢어서 헤질 때까지 보며 여러 곳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2023년 현재 해외의 낯선 도시로 여행을 떠나기전 여행책을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원래부터 여행을 좋아했고, 여행기자로 겪은 그간의 경험을 모아 기자의 모든 여행팁을 이번 파타야 여행 후기에 녹여 본다.
■구글맵, 스카이스캐너 등 자유여행 필수앱
해외의 낯선 도시로 혼자 여행을 갈 때 단 한가지 스마트폰 앱만 활용할 수 있다면 단연코 첫번째는 구글맵이다. 여행 전 사전 조사단계는 물론 여행 중에도 그 어는 앱보다 유용하다. 먼저 유튜브와 블로그 등을 참고해 가고 싶은 도시의 정보를 모은다. 크게 숙박, 맛집, 여행지 등을 나눠 구글 지도에 '저장 표시'를 해두면 현지 여행 중간 중간 지도 앱을 켜고 여행 일정에 반영하거나 경로 수정에도 도움이 된다. 구글맵의 최고 장점은 현지에서 만약 인터넷 접속이 끊기더라도 내 위치가 지도 앱에 반영이 되서 표시가 되고, 여러 목적지들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구글맵에 가고 싶은 지역, 숙박할 호텔, 맛집 등을 표시해 두면 현지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유여행으로 혼자가는데 해당 도시에 대한 정보가 없을 경우 기존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 상품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루에서 이틀정도 일정으로 해당 지역의 유명 관광지 등을 묶어 놓은 패키지 상품을 보고 본인의 자유 여행 일정에 넣거나 뺄 수 있다. 또 최근에는 현지의 각종 입장권, 액티비티 등을 제공하는 '클룩'과 같은 앱도 있는데 해당 앱을 살펴봐도 그 지역의 주요 즐길거리, 관광지 등을 알 수 있다. '이티고' 같은 앱은 현지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의 할인 쿠폰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맛집 여행을 즐긴다면 활용해 볼만하다.
여행 출발까지 시간이 넉넉히 남아 있다면 해당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한 두 편 정도를 보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도 추천한다. 뉴욕에 간다면 '위대한 유산'이나 '스파이더 맨' 혹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같은 영화를, 바르셀로나에 간다면 우디 앨런 감독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를, 피렌체에 간다면 '냉정과 열정사이' 등을 보는 식이다.
■항공권은 스카이스캐너, 호텔은 호텔스컴바인
비행기표를 예매할 때는 각 항공사의 슈퍼 세일 기간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인 '스카이 스캐너'를 통해 해당 도시와 일정의 항공권을 검색해 보자. 인터넷 등에 항공권을 검색하고 바로 사지 않으면 쿠키 정보 등을 활용해 항공사가 항공권 가격을 높게 올린다는 정보가 있는데 이는 루머다.
'스카이 스캐너'를 통해 가장 싼 항공사의 항공권 2~3종류를 확인하고 반드시 항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결제 직전까지 단계를 진행해야 한다. 할인 정책이나 유류세, 기내 캐리어 비용, 좌석 업그레이드, 기내식 추가 등에 따라 비행기 표가 싸더라도 최종 결제 금액은 높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의 경우 혼자 여행에 갈 때는 '가성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휴가 기간을 임의대로 정할 수 있다면 2~3개월 전에 일단 가장 싼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이후에 천천히 여행 계획을 짜는 편이다. 또 주말 출발의 경우 티켓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하루 이틀 정도 앞 뒤로 비행기표를 조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3월 셋째주에 다녀온 태국 방콕 비행기표의 경우 왕복으로 약 39만원 정도가 들었다.
호텔 예약도 기본적으로는 항공권 예약과 비슷하다. 먼저 '호텔스컴바인' 같은 가격 비교 사이트에 들어가 원하는 지역, 혹은 특정 호텔의 이름을 입력해 본다. 마찬가지로 동일한 호텔의 가장 저렴한 사이트 1~2곳을 들어가 보고 결제 직전까지 진행해 본다. 할인 정책에 따라 기본 숙박료는 저렴해도 조식 포함 비용이 비싸거나, 서비스 비용이 높은 곳이 있으므로 최소 1~2곳의 호텔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 결제 직전까지 진행해 최종 가격을 확인해 본다. 대체로 '아고다'와 '호텔스닷컴' '트립닷컴' 등을 주로 애용하는 편이다. 각종 플랫폼 앱은 예를 든 것일뿐 비슷한 앱 중에 편한 걸 쓰면 된다.
■환전, 공항에서 호텔까지 대중교통편
환전은 크게 한국에서 현지 통화로 미리 환전하기, 원화나 달러로 가지고 가서 현지에서 환전해 쓰기, 현지에서 신용카드로 결제, 현지에서 체크카드로 인출해서 쓰기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태국 방콕의 경우 한국과 달러 등의 환율 상황에 따라 4가지 경우 유불리가 조금씩 변해 어느 한 방법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태국의 경우 가장 유리하게 한국에서 환전이 가능한 방법은 (보통은) 우리은행을 활용하는 것이다. 각 은행마다 기준 환율이 있고 환율을 사고 팔때 적용하는 금액이 있는데 우리은행이 대체로 환전 수수료가 가장 저렴하다. 사전에 앱을 통해 환전을 신청하고 출국전 공항환전소, 혹은 지정된 우리은행 지점에서 바트화를 받을 수 있다. 또 우리은행이 발행하는 EXK카드의 경우 현지 ATM에서 인출할 때 각종 수수료가 면제된다. 대부분의 다른 은행 체크카드에서도 현지 통화 출금이 가능하지만 출금시 매번 약 200바트(8000원) 정도의 수수료가 붙는다.
'트레블월렛' 같은 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현지에서 인터넷 뱅킹을 통해 '트레블월렛'에 지급 금액을 실시간 충전하고 결제하는데 신용카드와 달리 수수료가 붙지 않는 형태다. 하지만 매번 충전하기가 번거롭고, 많은 금액을 충전해 다 사용하지 못하면 이자 손실 등의 기회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신용카드 결제의 경우 원화 결제로 하면 2번의 환전 수수료가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편이 낫다.
■스마트폰 데이터, 대중교통 이용하기
현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한국에서 이용하던 통신사를 통해 로밍을 하거나, 현지에 도착 후 현지 유심을 장착하는 방법이다. 국내 통신사 로밍은 편리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현지 유심칩 장착은 비용은 싸지만 현지 번호를 임시로 발급 받는 형태라 한국에서 오는 업무상 연락 등을 받기 어려운 점이 있다. 현지 유심의 경우 8일 데이터 무제한이 약 299밧(1만2000원) 수준이다. 데이터를 과도하게 쓸 경우 8일이 되기 전에 현지 통신사가 데이터를 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유심을 샀던 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이를 해제해 달라고 하면 해제해 준다.
태국 방콕과 파타야는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는데 일단 방콕의 경우 지상철(MRT)와 지하철(BTS)가 있다. 매번 표를 사는게 번거롭다면 카드를 사고 충전해서 쓸 수 있다. 방콕의 경우 택시, 시내버스(에어컨이 있는 버스와 없는 버스), 수상버스, 뚝뚝이 등도 있다. 현재는 많이 줄었지만 택시 흥정이 피곤하다면 '그랩'이나 '볼트' 같은 앱을 이용하면 사전에 가격을 미리 알수 있어 편리하다. 자가용, 오토바이 등 모두 이용 가능하며 택시와 비교해도 택시와 비슷하거나 보다 저렴하다.
파타야는 '썽태우'라는 버스와 택시의 중간쯤 되는 교통 수단이 있다. 택시처럼 전세를 내고 탈 수도 있고, 크게 비치로드와 비치로드 안쪽 내륙으로 나눠 남북을 달린다. 일 방향으로 달리기 때문에 아무때나 택시처럼 잡아서 타고 내릴 때 벨을 누르고 단일 요금 10밧(400원)을 운전기사에게 지불하면 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