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반도체 후공정 공장 설립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한다. 다만, 미국 정부가 경영 기밀 제출 등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보조금 신청 여부는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29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에 대한 검토가 거의 끝났다"며 예정대로 진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월 미국 내 후공정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등을 위해 150억달러(약 19조 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높은 수준의 패키징 기술이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요구하는 주요 미국 고객사들을 위해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 여부에 대해선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사실상 영업 기밀 제출을 강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 기술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미국 상무부는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에 예상 현금흐름 등 수익성 지표를 단순한 숫자가 아닌 산출 방식을 검증할 수 있는 엑셀 파일로 제출하도록 했다. 기업이 예상보다 큰 이익을 남기면 초과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의 일환이다. 상무부가 제시한 모델에는 △반도체 공장의 웨이퍼 종류별 생산능력 △가동률 △예상 웨이퍼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 △생산 첫해 판매 가격 △연도별 생산량 △판매 가격 증감 등을 입력하도록 돼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10월 만료되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첨단장비 수출 유예조치의 1년 연장도 요구하기로 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반도체 생산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미국 정부로부터 1년 유예를 승인받았지만, 최근 미국이 연일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재연장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박 부회장은 "시간을 최대한 벌면서 경영 상황을 변화시키겠다"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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