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고도성장기
사내연애 종착점은 결혼으로 인식
男은 일에 전념, 女는 전업주부로
정부·회사가 앞장서 권장했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치관 변화로
연애 방식도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
男입장에선 사내 이성에 대한 관심
혹시라도 성희롱 휩싸일까 거리 둬
女입장에선 나도 男동료 만큼 벌어
굳이 회사에서 남편감 찾을 일 없다
사내연애 종착점은 결혼으로 인식
男은 일에 전념, 女는 전업주부로
정부·회사가 앞장서 권장했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치관 변화로
연애 방식도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
男입장에선 사내 이성에 대한 관심
혹시라도 성희롱 휩싸일까 거리 둬
女입장에선 나도 男동료 만큼 벌어
굳이 회사에서 남편감 찾을 일 없다
■사내 로맨스 강국은 이젠 옛말
2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사내 연애의 정점은 전쟁 후 고도 경제성장기였던 1980~1990년대 후반께였다.
일본의 회사들이 급성장하면서 집보다는 회사가 중요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고, 회사는 직원의 일생을 책임져주는 '평생 직장'을 보장했다. 이는 당시 전국적으로 '남성 사원-전업 주부' 조합을 대거 양산했다. 남자는 회사에 인생을 바치고, 회사의 방침에 대한 이해가 있는 여자는 전업 주부가 돼 남자를 서포트하는 구조로, '카이샤(회사) 커뮤니티'의 결속에 기여해 왔다.
여성 사원은 보조적인 사무 작업을 담당하는 '저렴한 노동력 겸 전업 주부 후보'로 고용돼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으로 정년이 30세 미만이었던 기업도 적지 않았다.
과거 일본 기업과 사회 구조가 사내 연애와 결혼을 재촉하면서 일본은 '사내 로맨스 대국'이 됐지만 최근 들어 여성의 사회 진출과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사내 연애 시대도 서서히 저무는 분위기다.
혼례서비스 타메니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사회초년생 중 사내 연애를 해보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은 38.2%였지만 2022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2%로 감소했다.
이 같은 사내 연애 이탈을 가속화한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첫번째로 꼽힌다. 결혼 서비스 쯔바이의 2021년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에서 이성과 대화가 줄었다'는 응답이 약 20%였다. 이는 '늘었다'의 0.4%를 크게 웃돈다.
사내 결혼 자체도 줄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출생동향 기본조사에서는 직장 결혼 비율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5년 7월~2018년 6월 28.2%였지만, 2018년 7월~2021년 6월 조사에서는 21.4%로 감소했다.
■여성 권위 향상이 결혼관 바꿨다
사내 연애가 자칫하면 성희롱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일본 기업 문화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도쿄에 거주 중인 30세 미혼 남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서 "사내 연애는 성희롱 위험을 수반한다는 의식이 정착되고 있다"며 "무엇이 성희롱 리스크가 될지 모르는 가운데 사내에서 여성을 식사에 초대하는 일은 있을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성희롱 리스크를 피하는 경향이 강해진 현상에 대해 독신 연구가 아라카와 카즈히사는 "1990년대에 일어난 성희롱 재판을 통해 점점 기업들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성에 대한 접근은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인식 확산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개선되면서 남녀 임금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것도 사내 연애 및 결혼이 감소하는 이유 중 하나로 해석된다. 일본 경제가 침체되는 가운데 남녀 임금 격차 축소는 직장에서 미래의 남편을 찾는다는 의식 저하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실제 2002년 월 2만8100엔이던 25~29세 남녀 임금 격차는 2022년 1만8500엔으로 줄었다. 닛케이는 "여성들은 더 이상 사내 동료 남성과의 결혼으로 더욱 풍요로운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며 "여성들은 더 나아가 회사의 공적인 일 외에 사적인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설명했다.
■회사에서 왜 만나? 앱이 있는데
스마트폰을 통한 데이트 매칭 앱은 사내 연애의 가장 큰 라이벌이다. 사내 연애를 고찰한 '왜 오피스에서 러브인가'의 저자 니시구치 사토시는 "향후는 매칭 앱의 보급으로 사내 연애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일본 정부의 출생동향 기본조사에서는 결혼 계기 부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앱 등 인터넷을 통해서'라는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그 비율은 코로나19 전인 2015년 7월~2018년 6월 결혼 건수의 6%였지만 2018년 7월~2021년 6월에는 13.6%로 상승했다. 메이지 야스다 생명보험 조사에서도 2022년 결혼한 부부 중 매칭 앱이 만남의 계기였던 비율은 22.6%에 달했다.
청년들에게는 이미 매칭 앱을 통한 만남이 일반화됐다. 젊은이들에게 취향이나 조건이 맞는 사람을 언제 어디서나 검색할 수 있는 앱의 간편함은 얽매여 다니는 사내 연애보다 매력적인 도구다. 이들에게는 굳이 여러가지 부작용이 예상되는 사내 연애를 할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젊은층 '연애력' 약해" 日의원 막말도
사내 연애 축소 등으로 인한 혼인 감소는 일본의 출산율 저하로 이어져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2022년 신생아 수는 79만9827명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연간 출생자 수가 80만 명에 미치지 못한 것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899년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89만9000명과 비교하면 3년 만에 10만명 가까이 줄었다. 당초 일본 정부는 2033년이 돼야 신생아 수 80만명이 무너질 것이라고 봤지만 전망보다 11년이나 앞당겨졌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자민당 소속 이시다 나리세 미에현 의원은 "저출산 장려책의 일환으로 미혼 남녀의 맞선을 주선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문제는 '연애력'이 매우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젊은이들의 '로맨틱 지수'를 측정해봐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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