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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공매도는 죄가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5 18:31

수정 2023.04.05 18:31

[테헤란로] 공매도는 죄가 없다
공매도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공매도 규제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 반발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서는 "공매도를 없애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매도는 죄가 없다.
최근 미국에서는 공매도가 '정의의 칼'처럼 쓰이고 있다. '행동주의 공매도'를 하는 투자리서치업체 힌덴버그리서치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가면 몇몇 기업들의 사기 및 불법 행위를 조사한 보고서를 볼 수 있다. 이들은 자료를 모아 공개하면서 공매도를 걸어 주가를 떨어뜨린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힘을 합쳐 공매도 헤지펀드에 반격에 나선 사례도 있다. 2년 전 게임스톱 사태가 대표적이다. 헤지펀드들이 게임스톱 주가 하락에 베팅해 공매도에 나서자 개인투자자들이 집결해 '숏 스퀴즈(Short Squeeze)'로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2021년 1월 초 4달러 남짓이던 게임스톱 주가는 같은 달 27일 86.88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공매도라는 칼은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공매도 자체는 문제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 공정하지 않은 투자의 장이 문제일 뿐이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담보비율 130% 통일, 상환기간 90일 또는 120일로 통일, 공매도 계좌 10년간 수익액 조사, 개인투자자 보호 전담 태스크포스(TF) 신설 등을 먼저 시행한 후 공매도 전면 재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투자자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재개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소액투자자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제거하면서 재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96년 12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 됐다. 이후 일각에서 다양한 후진적 사례를 들먹이며 '우리가 진짜 선진국이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공매도 논의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것이 아닌, 진정한 금융선진국이 되기 위한 토대를 쌓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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