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희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경사
'골드바 환전' 보이스피싱 일당 12명 전원 검거
강북서, 지난해 '서울 보이스피싱 검거 활동 평가' 1위
"보이스피싱은 '무시가 상책'"
'골드바 환전' 보이스피싱 일당 12명 전원 검거
강북서, 지난해 '서울 보이스피싱 검거 활동 평가' 1위
"보이스피싱은 '무시가 상책'"
[파이낸셜뉴스] "범죄 수익을 윗선에 전달하는 순간, 그 현장을 덮치는 게 핵심입니다."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서 7년째 보이스피싱범을 다수 검거해 온 유석희 경사(사진)의 하루는 수많은 조사와 기다림으로 이루어진다. 현금 수거책이 자금을 몰아 한방에 전달하는 결정적 '디데이(D-DAY)'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피싱범을 특정하기 위해 100~200여개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시간 싸움이다. 범죄자를 특정해야 본격적인 추적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자가 특정되면 미행과 잠복이 필수다. 회사원인 것처럼 양복을 입거나 인근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조직원들이 움직일 때를 기다린다.
유 경사의 이러한 노력 끝에 최근 강북서 지능팀은 '골드바 환전' 보이스피싱 일당 12명을 모두 검거했다.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피해자 9명의 휴대전화에 악성 어플을 설치하고 저금리 대환 대출을 핑계로 4억원 상당을 가로챘다. 피싱범들은 돈세탁을 위한 매개체로 '골드바'를 이용했다. 가로챈 돈으로 골드바를 산 뒤, 이를 다시 현금으로 환전하는 등 총 4차례에 걸쳐 돈세탁을 벌였다. 은행 현장에서 현금 인출하다 잡히는 사례가 늘자 감시가 덜한 방식을 택한 것이다. 유 경사를 비롯한 수사팀은 보름이 넘는 긴 잠복 끝에 범죄 현장에서 1억원 상당의 골드바와 현금을 압수해 피해자 피해 회복에 기여했다.
유 경사는 "조직이 4단계에 걸쳐 돈세탁을 하지만 그 돈이 윗선으로 넘어가는 건 찰나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잡는게 중요하다"면서 "'범행이 이뤄지겠다'고 예상되는 시점에 덮치기 위해 긴 잠복·추적 기간을 참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금 수거·전달 등 피싱 범행은 대개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사각지대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뚝방길에서 환전책에 돈을 건넸다'는 조직원들의 진술만 있었을 뿐, CCTV 상에는 유사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는 "결국 여러 날짜를 지정해 인근 빌라서 뚝방길 쪽을 비추는 CCTV 전체를 조사한 끝에야 환전책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유 경사를 비롯한 지능팀 수사관들의 발로 뛰는 노력에 강북서는 지난해 서울 내 31개 경찰서 중 보이스피싱 검거 활동 평가에서 당당히 1위를 기록했다. 그는 "현장에서 '원 팀'이 돼서 움직인 것이 (1위를 한) 큰 원동력"이라며 "출근 전, 퇴근 뒤에도 '누구를 어떻게 잡을지'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 경사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한 대응 방법은 '무시가 상책'이라고 했다.
그는 "호기심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모르는 전화 번호로 온 전화나 문자는 일절 신경을 거둬야 한다"며 "악성 앱 설치 등 범죄 피해 연루가 의심된다면 재빨리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변경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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