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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게 터졌다… 2030 죽음 내몬 ‘전세사기’ 전국 확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9 18:18

수정 2023.04.19 18:18

오피스텔·빌라서 ‘깡통전세’ 속출
세금체납 등에 전세금 날릴 위기
일각선 "공인중개사, 중간책 역할"
무자본 갭투자 방식 통해 주택 취득
부동산 하락에 대책마련도 어려워
유정복 인천시장(왼쪽)이 19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유정복 인천시장(왼쪽)이 19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국 종합】 인천 미추홀구에서 청년 세입자 3명이 사망하면서 촉발된 '전세 사기' 여파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30대와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됐다.

19일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동탄의 한 오피스텔 세입자가 "전세 기간이 끝났는데 몇 달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피해자들은 오피스텔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시세가 많이 떨어진데다 체납세금까지 있어서 전세금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피해자들은 수개월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최근 임대인 A씨로부터 '세금체납 등의 문제로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우니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받으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미추홀구에선 이른바 '건축왕'이라고 불리는 임대인의 전세사기 행각으로 지난 2월 기준으로 경매에 넘어간 곳은 690가구다.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20~30대 청년 피해자 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피해액은 500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강서구 등 수도권 일대 주택 1139채를 사들여 전세 사기를 벌이다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이달 초 이른바 '1세대 빌라왕'으로 불리는 임대사업자 이모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470여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한 이씨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차인 43명에게서 총 84억원의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1월에는 서울 화곡동을 무대로 무자본 갭투자 사기를 벌여 3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구속기소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8명, 피해 금액은 총 31억6800만원에 이른다.

대전에서는 최근 다가구 주택이 모여있는 서구 도마동·괴정동 등을 중심으로 50억원대 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전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구 도마동과 괴정동에 거주하는 전세 사기 의심 피해자 20여명으로부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현재까지 경찰에 신고된 피해 규모는 20억여원 정도지만, 피해자 모임에서 파악한 피해 가구는 도마동과 괴정동, 중구 문창동 지역 55가구 50억원 이상 규모로 추정된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본인과 법인 명의 부산 부산진구와 동래구 일대 오피스텔 100여채의 세입자들을 상대로 80억원 상당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30대가 구속됐고, 경남 창원에서는 부동산 중개인과 짜고 세입자 15명으로부터 보증금 5억여원을 가로챈 오피스텔 건물주가 기소됐다.

전세 사기 일당들은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다수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이르는 '깡통전세' 주택을 사들인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방식을 이용했다.

대부분 임차인이 지불한 임대차보증금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공인중계사들도 리베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대책마련도 쉽지 않다.
전세사기는 전셋값 급등 시기를 파고 들며 불거졌다. 매매가와 전셋값의 간극이 좁혀지자 자기 자본을 들이지 않고 수십, 수백채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전세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이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하락기에는 돌려막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rainm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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