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악재가 잇따르면서 곤경에 빠져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을 담당했던 용병그룹 바그너 창업자 예프게니 프리고진이 5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오는 10일 바크무트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전날 동영상에서 러시아 국방부와 군관계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데 이어 이날 아예 병력 철수를 선언했다.
프리고진은 동영상에서 바크무트 전선에 투입된 용병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아들들”이라면서 “너희 망할 놈들이 우리에게 탄약을 주지 않았다. 비겁한 네놈들은 지옥에서 너희들의 내장을 먹어 치우게 될 것”이라고 저주했다.
그는 욕설로 도배된 성명에서 러시아 군 지휘부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불과 지난 48시간 동안 온갖 악재에 노출됐다. 현재 자작극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모스크바 드론 공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핵심인 용병업체 바그너의 철수 선언 등 악재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프리고진의 철수 선언은 무엇보다 심각한 악재다.
그는 오는 10일 바크무트에서 철수하겠다면서 어떤 조건도 달지 않았다. 뭘 어떻게 해주면 철수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아예 빠져 있었다.
프리고진은 그날 철수가 이뤄진다고 못박았다. 그는 충분한 포병 지원도 없이 탄약도 다 떨어진 자신의 용병들이 전투를 거부했다면서 이들이 철수해 자신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나치 독일에 승전한 것을 기념하는 오는 9일 전승기념일 직후 병력이 철수한다고 선언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 용병들이 애국자들이기 때문에 전승기념일을 기념하고 난 뒤에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그의 이 같은 선언이 더 많은 지원, 권력, 또는 돈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 카드인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바그너 용병 시신들 앞에서 성명을 발표했으며 병사들을 제대로 훈련시키지도, 그들에게 적절한 장비도 지급하지 못한 채 전선으로 내몰았다고 후회했다.
바그너 용병들은 현재 전략적 중요성이 낮은 바크무트 전선의 약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바크무트는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해 이 도시 점령을 핵심 목표로 내세우면서 상징성이 크게 높아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이곳에서 혈전을 벌여 지금까지 각각 수천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비록 프리고진이 철수를 선언했지만 철수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철수작전 자체가 위험하고 복잡한데다 러시아군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 않는 이상 무턱대고 철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수 중에 공격을 받으면 궤멸할 수도 있다.
한편 프리고진은 4일 동영상에서 필요한 탄약의 70%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쇼이구, 게라시모프, 탄약은…어디 있냐?”고 한탄했다. 쇼이구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게라시모프는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합참의장을 가리킨다.
그는 자신의 뒤에 누워 있는 전사자들 시신을 가리키면서 “저 피는 아직 신선하다. 그들은 자원해 이곳으로 와서 너희들이 고급 진 사무실에서 살찐 고양이처럼 앉아 있을 수 있도록 목숨을 바쳤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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