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럽 에너지기업들은 이른바 '횡재세(windfall profit tax)' 이슈에 직면했다. 횡재세는 초과이득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18년 이후 평균 과세대상 이익 증가세가 20%를 초과하는 기업을 횡재세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기업은 20% 초과분 이익에 최소 33%의 중과세를 물어야 한다. 연간 1조원의 이익을 남겼던 기업이 이듬해 2조원을 벌면 초과분 8000억원 중 2000억원 이상을 횡재세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당장 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토탈에너지 등 유럽 메이저 석유기업들은 막대한 세금을 토해내야 한다. 미국도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이 움직이자 국내 정치권도 여지없이 숟가락을 올렸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과 기본소득당은 정유사를 겨냥한 횡재세(법인세 개정안) 법안을 발의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고금리와 고유가 덕을 본 은행과 정유사의 이익을 폭리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정유 4사는 14조원의 사상 최대 이익을 남겼다. 통상 정유 4사가 호황기에 벌어들이는 이익은 5조~8조원 수준이다. 정유사들은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 "적자일 땐 도와줬느냐"고 항변한다.
정유 4사는 2020년에 3조5237억원의 적자를 냈다. 2021년엔 3조4278억원 흑자로 전년 손실을 메웠다. 유가하락과 전쟁 피로감이 깊은 올 1·4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의 4분의 1가량으로 떨어졌다. 2·4분기는 적자 위기다. 횡재세 근거의 핵심은 '특수성'이다. 뜻밖의 변수가 작용해 기업이 막대한 부가이익을 얻을 경우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은 '특수성'이 횡재세의 근간이다. 그러나 투자·생산·판매로 존속하는 기업의 본질을 외면한 논리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재투자를 한다.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에쓰오일이 울산에서 추진 중인 초대형 석유화학사업인 샤인프로젝트에만 9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정유사 실적이 꺾이자 횡재세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불과 3개월 새 변화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끼는 요즘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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