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업과 옛 신문광고] 최초의 국산자동차 '시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18 18:54

수정 2023.05.18 18:54

[기업과 옛 신문광고] 최초의 국산자동차 '시발'
최초의 국산 자동차로 알려진 지프형 '시발'(始發) 자동차가 개발된 것은 1955년 7월 무렵이었다. 우리가 시발 자동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미군이 버리고 간 지프 엔진을 활용하고 드럼통을 두드려 펴서 차체를 만들었다는 것 정도다. 미군 지프는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사용된, 지붕이 없는 '윌리스 MB'로, 전쟁영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당시 기사들을 보면 시발 자동차를 순국산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뽀데(바디)' '후래무(프레임)' '다이야(타이어)' '헤드라이트' 등이 모두 국산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엔진을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시발의 엔진은 윌리스 MB의 중고 엔진을 그대로 쓴 게 아니라 분해해서 복제한 것이었다. 그래서 국산이라 할 수 있었다. 광고(사진·조선일보 1955년 12월 1일자)에도 나오듯이 제조업체는 '국제차량제작주식회사'인데 자동차 정비업을 하던 최무성, 최혜성, 최순성 3형제가 1947년에 설립한 회사다. 미국 자동차회사 관계자가 공장에 와서 엔진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여성 모델이 포즈를 취한 광고 속 시발 자동차의 색깔은 노란색이다. 광고에는 "내무부, 교통부, 상공부 합동시승회에서 평균 90킬로미터 장거리 시승을 마치고 '그만하면 훌륭합니다. 많이 보급시킬 방도를 차립시다'라는 찬사를 들었다"고 돼 있다. 또 "외제 고급차를 타면 면괴스러우니 시발 자동차를 타고 여의도비행장에 나가 보라"고 권한다. "우리의 시~발 자동차를 타고 종로 거리를 달리자~"라는 CM송으로 라디오 광고도 했다고 한다. 시발 자동차는 택시로도 사용됐고, 대법원 순회재판용 38대 등 관용차로도 팔려 작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한걸음 더 나아가 최씨 형제들은 세단형 시발 자동차도 출시했고, 독일과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 1959년 5월에는 디젤엔진 독자 개발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시발 자동차의 판매는 1962년 일본 닛산의 '블루버드'를 국내에서 조립한 '새나라자동차'가 출시되면서 급격히 줄었다.
털털거리는 엔진 소음과 거친 차체가 조용하고 매끈한 '새나라'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수제품이었던 시발 자동차는 3000여대 제작되어 판매됐다고 한다.
시발 자동차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밑거름이 되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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