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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A씨는 전세(2억5000만원)를 끼고 9억원에 매입한 서울 강남구 수서동 까치마을 전용 34㎡의 계약만료가 올해 도래하면서 세입자와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세입자가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겠다며 보증금 반환을 요구해서다. 현 전세보증금 시세는 약 2억원2000만원으로 신규 세입자를 들일 경우 A씨는 당장 3000만원의 현금을 마련해야했다. A씨는 "세입자는 당장 전세보증금을 돌려달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전화통화 과정에서 서로 목소리가 격앙됐다"고 말했다. 이어 "세입자가 소송하겠다며 신규 세입자가 집을 보러 오는 것도 거부하겠다고 해 사이가 틀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집주인이 한발 물러섰다. A씨는 세입자에게 다른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늦어지는 전세보증금 반환에 대해 지연이자 5%를 매월 지급하기로 했다.
역전세로 곳곳에서 갈등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2년 전 대비 크게 떨어지면서 계약만료를 앞둔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갭투자를 한 집주인은 전세금을 유지하고 싶지만 세입자는 떨어진 전셋값으로 연장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전세값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임대인과 임차인의 전세금반환소송 등 법적 분쟁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역전세난은 가중되고 있다. KB부동산가 집계한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85.47로 지난해 8월(100.5)이후 9개월 연속 하락세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대비 전세가격비율 역시 지난해 9월(54.6%)이후 올해 4월(50.83%)까지 하락했다.
최근 역전세에 따른 임대차 갈등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대신 기존 전세가격보다 하락된 금액에 재계약을 요구하는 경우 △집주인이 신규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전세보증금 반환을 미루는 경우다. A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신규 세입자를 기존 전세보증금에 맞춰 구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임차인이 빨리 전세보증금을 달라고 하다보니 서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흔해졌다"고 말했다.
전세 재계약 금액을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간 이견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서울 강서구 강나루현대아파트 전용 84㎡의 전세금은 2년 전 약 6억원대에서 최근 4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해당 아파트의 세입자 C씨는 하락된 전셋값에 재계약하려 했지만 집주인은 5억원대만 가능하다고 못을 박으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C씨는 "전세금을 적기에 돌려받지 못할까봐 미리 변호사 상담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분쟁 증가 조짐
역전세난으로 불거진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약 약 200만건 중 전국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올해 1월 25.9%(51만7000가구)에서 4월 52.4%(102만6000가구)로 크게 높아졌다. 4월에 서울은 48.3%(27만8000가구), 경기·인천 56.6%(40만6000가구), 비수도권 50.9%(33만8000가구)에 이른다. 4월 전국 역전세 위험가구 중 60%는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해 분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임대인과 임차인간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적기에 돌려주지 못해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라며 "세입자들은 전세금반환소송, 임차권 등기, 지급명령, 공증 등 법률적 방법을 고민하면서 상담 문의도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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