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脫中 시기상조… 광물·소재 협업, 공급망 다변화 투트랙 필요" [미·중 사이에 낀 K배터리 (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31 17:58

수정 2023.05.31 19:02

전세계 양극재 생산 中에 의존
K배터리기업 합작사 추진 필수
장기적으론 폐배터리 재활용 전쟁
정부 규제 풀고 선제 투자 나서야
"脫中 시기상조… 광물·소재 협업, 공급망 다변화 투트랙 필요" [미·중 사이에 낀 K배터리 (하)]
전기차 시장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한 미국의 견제에도 단기간에 글로벌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광물 정·제련이나 배터리 소재 등 필수 분야에서의 중국과의 협업과 함께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이 K배터리 업계의 미래 경쟁력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中 의존도는 단계적 낮춰야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5월 31일 "전기차 배터리 양극활물질(양극재)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중국 회사와의 합작사 설립 밖에는 답이 없다"면서 "미국이 지정하는 해외우려단체(FEOC)에 중국 광물 회사들이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럴 경우 세계 배터리 시장이 멈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이 화유코발트, SK온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거린메이 등과 전구체 합작회사를 추진중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천연흑연 등 음극활물질(음극재)은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 탄자니아, 호주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봤다.

이상영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현재 광물 제련 부문에서 가장 큰 강점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기술도 있지만 환경 쪽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중국 이외에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 배터리업계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도 중국을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배터리업계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미국과 중국 양쪽을 다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미국, 중국 어느 한 쪽에 너무 치우쳐서는 안된다"면서 "IRA 법안에도 분명 틈이 있을 것이고, 정부와 전문가들이 계속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공급선 다변화 관건

전문가들은 특히 장기적인 측면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규제 완화 등 배터리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탈중국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면서 "과거 정부가 산업단지를 만들어 석유화학을 부흥시킨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가 나서서 폐배터리 원료 회수부터 전구체·양극재 생산 기술까지 한 곳에 모으는 '순환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일관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핵심광물 자체는 현재 중국 등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어느 정도 전기차가 보급돼서 성장세가 둔화되면 배터리 핵심 광물 부품 등이 재활용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따라서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재 폐배터리 개발과 관련된 여러 규제에 대해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전문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생산라인 구축과 인재확보 등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도 중요 과제로 꼽혔다.

선 교수는 "기업들은 해외에서 광물 확보에 힘써야 한다"면서 "각사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계속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상황이 어렵지만 배터리 인력양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배터리 산업의 종사자들도 배터리 생태계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 올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김영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