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약물중독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 임상현 소장
중독자들은 본인 상태 인지 못해
아내 신고로 교도소 가서야 결심
치료 돕는 데 일생 바치겠다 기도
사소한 모든 것 바꿔야 단약 성공
급증하는 수요 맞춰 지원 늘어야
중독자들은 본인 상태 인지 못해
아내 신고로 교도소 가서야 결심
치료 돕는 데 일생 바치겠다 기도
사소한 모든 것 바꿔야 단약 성공
급증하는 수요 맞춰 지원 늘어야
그는 17세에 마약을 접했다. 이후 마약 투약으로 교도소도 여러 차례 오갔다. 중독 상태가 지속되자 정신분열도 겪고, 가족들과의 불화도 잦았다. 임 소장은 "그렇게 교도소를 들락날락하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해도 내가 '중독' 상태라는 것을 몰랐다"며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고 회상했다.
중독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도 처음에는 마약 투약을 말리는 가족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히려 마약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임 소장은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며 "중독자들은 본인이 중독된 것조차 모르고, 술과 도박 등의 다른 중독 상태도 겪으면서 정말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 전까지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이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단약을 결심하게 되기까지 두 가지 계기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중독자인 아버지·남편을 조건 없이 응원해 준 가족들의 사랑이다. 지난 2009년 아내의 신고로 들어갔던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그는 가족을 돌아보게 됐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던 아내와 자식들은 50대 후반인 가장의 재기를 믿고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신앙'이었다. 임 센터장은 "하느님께 제발 살게 해 달라고 빌었다"며 "나 같은 어려움을 겪는 중독자들을 돕는 데 남은 일생을 바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임 소장은 14년째 단약을 이어가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차장 관리요원, 대리운전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약물중독재활센터를 개소하게 된 데는 과거 주치의였던 조성남 치료감호소장(64)의 도움이 컸다. '중독의 아픔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독자들의 회복을 도와달라'는 제안이었다.
지난 2019년 개소한 경기도 다르크에는 5년 동안 83명의 중독자가 거쳐 갔고, 그중 50여명이 회복에 성공했다. 임 소장은 "아직까지 회복자 모임에 나오는 친구들도 있다"며 "대학에 돌아가고, 직장에 돌아간 회복자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독자들은 이곳에 입소해 짧으면 3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회복 과정은 쉽지 않다. 임 소장은 "사소한 모든 것도 바꾸고, 마약과 관련된 사람들도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다르크에서 중독재활 전문교육을 받고, 서로의 회복을 바라보며 단약 의지를 다진다. 따로 정부 지원 없이 입소자들이 내는 월 40만원 정도의 입소비와 후원으로 운영된다.
경기도 다르크는 최근 정식 시설등록을 위해 규모가 더 큰 시설로 이사했다. 마약중독이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관련 수요도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거의 수익이 없이 운영되는 까닭에 정식 시설등록 절차에도 애로사항이 따른다고 한다.
임 소장은 "일본은 현재 90여개의 다르크가 운영되고 있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한국에도 마약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회복과 재활을 위한 시설이 지원받고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는 "내 나이가 일흔이 넘었지만, 힘 닿는 데까지는 계속 중독자 치료를 돕고 사회로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소명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