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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상속세 내려고 4조 대출... 2년간 6조 냈지만 아직 6조 남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06 19:19

수정 2023.06.06 19:19

대출이자만 年 2000억 넘어
전자·SDS·생명 일부 주식 매각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이후 삼성미술관 리움 홍라희 전 관장 등 삼성 오너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4조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고액인 12조원대의 상속세 재원 마련 때문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 전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최근 각각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1조4000억원, 5170억원, 19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삼성 주요 계열사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5월 현재 세 모녀의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총 4조781억원에 달한다.

막대한 대출은 총 12조원이 넘는 거액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납세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납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6조원 이상을 납부했지만, 향후 3년간 6조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더욱이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세 모녀가 받은 주식담보 대출의 금리는 5%대로, 향후 부담해야 할 대출이자만 연간 2000억원이 넘는다.

유족들은 부족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경영권 약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부 계열사 주식까지 매각했다. 홍 전 관장은 작년 3월 삼성전자 지분 약 2000만주를 팔았다. 이 사장은 삼성SDS 주식 약 150만주를, 이 이사장은 삼성SDS 주식 300만주 전량과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매각해 상속세를 충당했다.

특히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고 고가 매각이나 특혜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국내 기업 최초로 제3자에게 주식매각을 신탁하기도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원천 차단한 모범적인 준법 거래"라고 평했다.

삼성 오너일가가 상속세 재원 마련에 더 어려움을 겪는 건 상당한 유산을 사회에 환원한 이유도 있다.

이 선대회장 유족들은 2021년 거액의 상속세가 부과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회환원을 실천했다. 국보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미술품 총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에 기증하고,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에 1조원을 기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기증된 미술품 가치가 최대 10조원에 달한다고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유족들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일부 작품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국가에 기증했다"며 "당시 사회환원 유산 규모가 고인이 남긴 유산의 60%에 달한다고 추정됐다"고 전했다.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는 국내 상속세수 급증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수는 △2019년 3조1000억원 △2020년 3조9000억원이었는데, 이건희 회장 별세 후 △2021년 6조9400억원 △2022년 7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예상 상속세수는 8조9000억원이다.
삼성가가 매년 2조원 이상 납부하며 국가 전체 상속세수의 25%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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