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 영향으로 라면과 과자에 이어 빵 가격도 인하된다.
국제 밀가격이 하락하면서 정부가 제분업체들을 향해 밀가루값 인하를 요청한 영향이다. 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인하하면서,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빵·과자업계의 원가 부담도 줄게 됐다. 제품 가격 인하 움직임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정부가 특정 품목을 '콕' 집으며 가격 전쟁에 나서는 것은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 체감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간신히 3%대로 꺾인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기 위해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고통 분담과 소비 심리 안정 차원에서 타당한 정책 수단이라는 평가와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불러올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우리도 인하해야 하나?" 식품업계 긴장
30일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주요 라면·과자·빵 등의 가격이 내달부터 인하된다.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은 7월초부터 30개 품목에 대해 평균 5% 가격을 내린다. 파리바게뜨는 식빵과 바게트를 포함해 총 10종에 대해 각각 100~200원씩 인하한다. SPC삼립은 식빵과 크림빵을 포함해 총 20종을 100~200원 인하한다.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95개 품목 가격을 평균 6.6% 올렸고, SPC삼립은 제품 50여종의 마트·편의점 가격을 평균 10%대 인상한 바 있다.
이들 업체의 가격 조정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다른 제과·제빵업체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7월 1일부터 라면업체인 농심은 자사 대표 라면(신라면)과 과자(새우깡) 품목 출고가를 각각 6.9%, 4.5%씩 내리기로 했다. 해당 라면 가격을 내리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고, 과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작년 9월 농심이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한 후 팔도와 오뚜기, 삼양식품 등 다른 업체들도 연이어 가격을 10% 내외 인상한 바 있다. 인상 명분은 당시 크게 오른 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 밀 가격이 떨어지면서 식품 업체들의 가격 인상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라면값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6일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제분업체를 소집해 하락한 밀 수입 가격을 밀가루 가격 책정에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맥주·소주 물가대폭 둔화…"효과있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라면보다 먼저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을 했던 맥주와 소주의 물가 상승률이 올해 대폭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 맥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9로 지난해 동월보다 0.1% 내렸다. 맥주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지난해 1월(-0.01%)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맥주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7.0%에서 2월 5.9%, 3월 3.6%, 4월 0.7%로 점차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고 5월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주값도 비슷하다. 소주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8.9%에서 2월 8.6%로 낮아진 데 이어 3월 1.1%로 급락했고, 4월 0.4%에 이어 5월 0.3%로 상승 폭이 더 줄었다.
연초만 해도 맥주와 소주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됐다. 소주는 올해 초 주정(에탄올)과 소주병 등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출고가 인상이 예상됐다. 맥주는 4월 종량세 물가연동제에 따라 맥주에 붙는 세금이 지난해보다 리터당 30.5원 올라 885.7원이 됐다.
그러나 올해 주요 주류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2월 물가 안정 노력에 협조를 부탁한데 이어, 기재부와 국세청이 주류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주요 주류업체들은 당분간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맥주와 소주의 물가 상승률은 1년 전과 비교해 점차 둔화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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