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출생통보제 도입 이후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병원 밖에서 출산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보호출산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산모가 아이 양육을 포기하는 손쉬운 선택을 하도록 국가가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병원 밖 출산 막아야" vs "양육 포기 돕는 것"
1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출생통보제'와 함께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막을 일종의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가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관련 기관에 알리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신원 노출이나 양육은 원치 않는 임신부가 병원 밖에서 출산할 수 있다. 이때 '보호출산제'가 있다면 익명 출산이 가능해진다.
'보호출산제'를 찬성하는 쪽에선 어떤 임신부든 출산을 원할 경우 안전한 환경에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 밖에서 위험천만한 출산을 한다면 임신부와 아이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고, 출산 후에도 영아 유기나 살해로 이어질 수 있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출산제가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아이를 뿌리 없는 사람으로 자라게 만든다는 반대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면 아이를 포기하는 부모들이 많아질 수 있다거나, 익명 출산된 아이들이 부모를 알지 못해 훗날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있다.
또다른 사각지대 없게 해야
정부는 조속히 보호출산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호출산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시행까지 전산시스템 개발 등 준비 작업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준비 작업이 늦어지면 지금으로부터 약 1년 후 시행 예정인 출생통보제보다 사실상 늦게 시행될 수 있다.
보호출산제가 사실상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채 출생통보제만 시행되면 병원 밖 출산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또다른 사각지대가 된다는 말이다.
정부는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호출산제 법안 내용을 다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가정 양육 우선 원칙을 법안에 더 충실히 담겠다는 방침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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