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합작 자동차 업체인 스텔란티스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유럽 '침공'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비용절감을 선언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희망퇴직이 시작됐다.
피아트, 시트로엥, 푸조, 지프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스텔란티스는 더 싼 값으로 전기차를 만드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유럽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대규모 비용절감과 함께 공급업체를 더 쥐어짜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26일(이하 현지시간) 실적 발표 자리에서 중국 전기차와 경쟁에서 유럽 시장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스텔란티스는 이날 사상최대 규모인 상반기 980억유로(약 138조원) 매출과 순익 증가를 발표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에 실적 발표 초점이 맞춰졌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는 마진을 지키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비용절감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다짐했다.
타바레스는 "스텔란티스가 믿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시나리오에 직면해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25% 저렴한 중국 경쟁사들과 경쟁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기차 전환을 위해 추가로 40%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프랑스 인터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유럽 진출을 '침공'이라면서 '극도로 강력한 공격'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 피아트가 미국 크라이슬러를 흡수해 피아트크라이슬러로 덩치가 커진 뒤 2021년 프랑스 푸조(PSA)와 1대1 합병을 통해 이름을 바꾼 세계 4위 자동차 업체다.
스텔란티스는 다른 전기차 업체들처럼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에 밀리는 한편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중간에 낀 신세가 됐다.
타바레스는 이날 구체적인 비용절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생산 단계에서 비용을 줄이고, 공급업체를 쥐어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생산 단계 비용절감은 감원과도 연결된다. 이미 스텔란티스는 미국에서 직원 수천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스텔란티스는 갈 길이 바쁘다.
2030년에는 유럽에서 판매하는 전 차종을 전기차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또 2021년 고작 3% 수준에 불과했던 전세계 전기차 매출 비중을 2030년에는 총 매출의 절반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다만 전기차 판매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 상반기 판매 대수가 1년 전보다 28% 늘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