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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식량도 부족한 모순국가의 '글로벌 호크'" [fn기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3 06:00

수정 2023.08.03 07:17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北은 컵라면으로 한끼 때우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운전자" 
 -북한, 인민들의 기본적인 삶도 챙기지 못하는 실패국가 
 -최첨단 짝퉁 무인기 자랑하듯 공개, 국가 모순 드러내... 
 -신냉전 특수성 속 중·러도 북한 동경...북 모순마저 흉내 우려 
 -北인류진화 역행...공포·세습정치·수용소 국가, 식량·보건 방치·핵고도화 
 -北 총체적 부실, 망상 벗어나야... 모순 제거가 담대한 구상의 목표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상상만 해도 이상해 보이는 모습들이 있다. 돈이 없어서 컵라면으로 식사를 때운 사람이 목적지로 가기 위해 고급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운전석에 앉는다면 무슨 상황인지 영문을 모를 것이다. 연료가 엄청나게 소비되는 최고급 외제차가 있지만 주차비가 없어서 불법주차를 한다면 이것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자의 경우 오토바이를 즐기기 위해 돈을 아끼려고 컵라면으로 때우는 것이라 이해해 보려고 할 수도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외제차를 구입했는데 그 이후 경제적 여건이 안 좋아진 것이라고 억지로 추측해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궁금증이 명확히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도 아닌 국가에 이와 유사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식량위기와 보건위기로 허덕이기는 국가다. 국가재정이 빈약해 인민들의 기본적인 삶도 챙기지 못한다. 그야말로 북한은 실패국가(Failed State)인 것이다. 그런 북한이 정전협정체결 70주년, 자칭 전승절 70주년 열병식 방송 송출 전에 북한판 글로벌호크인 ‘샛별-4형’ 비행영상을 공개했다. 물론 짝퉁무기로 보이고 어느 정도 능력을 발휘할지 미지수지만 식량도 못 챙기는 국가가 최첨단 전략무인정찰기를 자랑하듯 공개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니 북한이라는 국가의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모습이다.

사실 북한은 인류의 진화라는 역사에서 많이 벗어난 특이한 국가다. 고모부를 처형하고 이복형을 암살하는 등 공포정치를 이어가고, 3대 세습정치도 모자라 어린 딸을 국가 중요사안이 등장시키는 모습은 21세기 국가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정치수용소를 운용하며 국민의 기본권마저도 박탈하는 국가라는 것도 북한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인권을 유린하는 북한이 한국 인권 상황을 조롱하듯이 ‘인권동토대’를 발간한 것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순 그 자체다. 중국, 러시아도 북한을 동경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냉전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북한 체제와 거리를 좁히고 있는데 그러다가 북한의 모순마저 따라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북핵 프로그램도 모순의 역학이 역력하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국가 내부의 상황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국가다. 코로나발 보건위기를 백신 접종과 같은 의학적 처방으로 돌파한 것이 아니라 인민 스스로 이겨내도록 방치한 것을 보면 형편없는 국가관리 수준을 여실히 알 수 있다. 북한 내부상황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국가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로 핵탄두를 날려 보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나아가 이를 고도화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말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최근에는 사거리가 1만5000km에 육박하는 화성-18형까지 발사하며 승리의 도취감에 빠진 상태다.

모순으로 가득한 나라가 그 모순을 해결하지 않은 채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다. 인류의 역사는 ‘모순’이라는 불균형을 ‘합리성’이라는 균형으로 변화시켜 왔다. 북한에도 그런 시간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문제는 스스로 노력으로 그 모순을 해결하는가 아니면 외부충격으로 그 모순이 파괴되는가다. 후자는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스스로 내부에 잉태된 수많은 모순을 제거하려는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북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협상에 나서는 것이 유의미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그러면 한국 등 외부행위자는 북한에 팽배한 모순덩어리를 제거하는 데 적극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담대한 구상’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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