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텔의 장기적인 파운드리 도약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인텔이 이스라엘 파운드리 반도체 업체 타워반도체를 인수해 파운드리 관련 인력과 기술, 설비를 흡수하려던 계획에 어깃장을 놓았다. 인텔은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 가운데 현재 가장 기술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텔은 16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당국으로부터 타워 인수계획 승인을 받는데 실패했다면서 54억달러(약 7조23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 계약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팻 젤싱어가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뒤 미국에서 대만 TSMC 역할을 맡겠다면서 미국내 파운드리 사업을 역점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 그 디딤돌이 타워 인수였다.
타워 인수를 통해 파운드리 경험을 축적한 인력을 확보하고, 타워의 미국·이스라엘·일본 반도체 생산 시설도 함께 흡수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간 갈등, 중국 반도체 산업 제재 틈바구니에서 중국 당국이 마감시한인 15일까지 양사 합병에 관한 의견을 내놓지 않아 결국 인수가 좌절됐다.
인텔은 타워 인수 실패로 장기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을 뿐만 아니라 위약금 3억5300만달러(약 4730억원)를 물어내야 하게 됐다.
앞으로 중국 시장 비중이 큰 미 기업들이 미중 갈등 속에 인텔처럼 기업 M&A에서 실패를 맛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규제당국인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양사가 합병할 경우 중국내 연간 매출 합계가 5500만달러를 넘어 독점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SAMR은 양사 합병 마감시한인 15일까지도 이에 관해 의견을 내놓지 않아 결국 이를 무산시켰다.
경쟁법을 내세웠지만 속으로는 중국 반도체 공급에 대한 미 행정부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미국과 동맹들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에 들어가면서 미 업체가 핵심 반도체 제조시설, 이른바 팹을 인수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의 승인을 받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만약 중국 파운드리 업체가 타워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면 다른 나라 규제당국이 이를 승인했겠느냐"며 중국의 어깃장도 그와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합병 무산이 공식화됐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양사 합병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데 베팅해왔다.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된 타워 주가는 인텔이 인수가로 제시한 주당 53달러를 계속 밑돌았다. 합병 마감일인 15일에도 타워 주가는 33.78달러에 그쳤다.
합병 불발이 발표된 16일에는 3.61달러(10.69%) 폭락한 30.17달러로 추락했다.
한편 중국은 2018년에도 합병을 거부하는 대신 승인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미 반도체 업체의 합병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든 바 있다.
당시 미 모바일 반도체 업체 퀄컴이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440억달러에 인수하려고 했으나 그 때에도 중국은 승인 여부에 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합병 계획을 날려버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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