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사가 폭력 가하면, 내가 조심했다"..그저 꾹참는 간호사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5 10:26

수정 2023.09.05 14:39

간호사 4명 중 1명은 "직장 폭력 피해 경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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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간호사 4명 중 1명은 최근 6개월 사이에 의사로부터 물리적 또는 언어적 폭력이나 성희롱 같은 ‘직장 폭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박승미 충북대 간호학과 교수 연구팀(곽은주 혜전대 간호학과 교수·이예원 강북삼성병원 간호본부 간호사·박은준 한국방송통신대 간호학과 교수)은 ‘병원간호사의 직장 폭력 경험 실태 및 대응 체계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한 논문을 한국간호교육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했다.

지난해 11월 14일~12월 22일 전국의 40개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 1000명 중 71.1%(711명)가 “직장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24.6%는 최근 6개월 내 의사로부터 물리적 또는 언어적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최근 6개월 내 동료 간호사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간호사도 21.4%였다.


물리적 폭력, 언어 폭력, 성희롱, 업무 괴롭힘까지 다양

의사로부터 당한 물리적 폭력을 유형별로 나누면(중복응답 가능) △험상궂은 표정을 지음(73.2%) △화내며 병동을 돌아다님(69.9%) △병원 물건을 발로 참(14.2%) △물건을 던지려고 함(5.7%) 등이다.

언어적 폭력은 △강압적 어조(82.1%) △반말(76.8%) △소리 지름(66.3%) △직종에 대해 무시하는 말(58.5%) 등이다.

특히 간호사의 대응 방법은 가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났다. 동료 간호사가 가해자면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직접 반박하는 등 적극 대응했으나, 의사가 가해자일 경우 무시하거나 그런 일을 다시 당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행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의사의 물리적 폭력에 △별일 아닌 척 넘어간다(31.3%) △재발하지 않도록 조심했다(26.8%)고 답했다. 또 언어폭력에는 △무시(38.6%)했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반면 동료 간호사에게 물리적 폭력을 당했다면 △상급자에게 보고(58.4%)했으며 △직접 불쾌감을 표시(45.8%)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직장내 폭력 대응책 알고있다" 70%지만.. "효과 있다" 16% 뿐

직장 내 폭력 대응체계에 대해 전체 응답 간호사의 69.5%(695명)가 “알고 있다”면서도 ‘대응 체계가 효과적’이라는 응답은 16.3%(113명)에 그쳤다. 그 이유로는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60.7%), ‘신고자의 비밀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51.2%)는 점을 들었다.

연구팀은 “간호사는 의사의 폭력에 대해 소극적인 행동을 보였다. 문제해결에 대해 회의적임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언어폭력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의사소통을 피하게 된다면 환자 진료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비밀 보호, 공정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워 신고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에 폭력 관리 담당 인력을 별도 운영하거나 외부 전문기관과 계약해 대응 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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