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균형발전은 중요한 목표이다. 그러나 균형발전엔 네 단계가 있다. 중앙정부는 어느 단계까지 균형을 추구해야 할까.
①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은 네 가지 균형발전 중 가장 중요하다. 수도권 인구의 비중은 2000년에는 46.3%였으나 지금은 50.6%이고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다.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주택난, 자산불균형, 저출산 등으로 귀결된다. 혼잡비용도 만만치 않다.
②권역 간 균형발전도 중요하다. 충청, 호남,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 권역 간 불균형은 지역감정과 연계되어 있다. 또 권역 간 균형발전이 되어야 장차 권역이 연방 수준의 자치권을 확보할 수 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3년 국가경쟁력 종합순위를 보면 최상위 4개국인 덴마크, 아일랜드, 스위스, 싱가포르의 평균 인구는 645만명이다. 충청권(556만명 인구), 호남권(500만), 대경권(495만), 부울경권(768만)의 경쟁력이 각각 강소국 수준이 된다면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최고가 될 것이다.
③권역 내의 지역 간 균형발전은 제한적으로 필요하다. 이때 '지역'은 출퇴근이 가능한 생활권으로, 몇 개의 기초단체를 포함한다. 사실 한 권역엔 하나의 중심축(hub·허브) 지역이 있어야 한다. 충청권은 대전·세종, 호남권은 광주, 대경권은 대구, 부울경권은 부산·울산이 중심축이어야 한다. 우리의 산업구조는 지식서비스 중심으로 이행 중인데, 이 산업은 서로 모여 있기를 원하며 이 분야 인재는 대도시에 살기를 원한다. 만약 권역 내 중심축이 2~3개로 분산되어 광역시의 발전이 지체되면 고급인재가 모두 수도권으로 가게 된다. 광역시가 권역 내의 단일 중심축이 되려면 광역시·도 간 통합이 절실하다. 현재 경남 창원은 부산을 중심축으로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동북아 물류허브를 꿈꾼다.
그렇다고 광역시만 발전시키자는 뜻은 아니다. 광역시가 한 권역의 중심축이라면 광역시로 출퇴근이 어려운 지역에는 부심축 역할을 할 도시가 필요하다. 다만 이 부심축은 제조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광역시와 차별화되어야 한다. 중심축은 여전히 광역시이기 때문이다.
④권역 내 기초단체 간 균형발전은 목표로 부적절하다. 총인구가 감소하며 수도권으로 몰리는데 어떻게 모든 시군이 인구를 유지하며 균형발전하겠는가. 모든 기초를 살리려 하면 광역시의 중심축 기능이 약화되어 수도권 집중이 심화된다. 인구는 시군이 아니라 권역 단위로 관리해야 한다. 예컨대 경북 내 군을 떠나는 인구를 수도권이 아니라 (광역)시로 유도해 대구·경북권의 인구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모든 시군의 인구를 지키기 위해 인구소멸기금 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려 한다.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인구 감소지역에 대한 공공서비스 유지에 예산을 써야 한다. 군 인구가 줄면 인근 시군과 통합하면 된다. 이러한 지방행정통합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등 정치인이다. 이들이 미래를 위한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중앙정부는 수도권·비수도권 그리고 권역 간 균형발전에 노력해야 한다. 권역 내에선 광역시를 단일 중심축으로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 광역시·도 간 통합이 절실하다. 광역시에서 먼 지역은 광역시와 차별적인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부심축으로 키워야 한다. 그리고 기초단체의 소멸을 막으려 하기보다는 인구 감소 시군을 적극적으로 인근 시군에 통합시켜야 한다. 어렵지만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가 정치권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약력 △59세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국회미래연구원장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기획예산처 행정개혁팀장 △KDI 부연구위원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현)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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