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통의 순대·떡골목, 없는 게 없는 잡화골목 등 '만물상'
올해 첫 야시장 축제 개최...3일간 8만명 몰려
한때 매일 방문객 6000여명, 매출 1조원 기록하던 전통시장
주말시장·무료배송 등 이용객 편리성 더하며 '명성 회복'
올해 첫 야시장 축제 개최...3일간 8만명 몰려
한때 매일 방문객 6000여명, 매출 1조원 기록하던 전통시장
주말시장·무료배송 등 이용객 편리성 더하며 '명성 회복'
용인중앙시장에서 50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며, 현재 상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순환씨는 용인중앙시장의 옛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 위치한 용인중앙시장은 인구 110만에 달하는 용인특례시 내 유일한 전통시장이다.
그렇게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곳에 유일하게 있는 전통시장이라는 것도 생소하지만, 막상 시장을 직접 찾아보면 큰 규모에 압도 당한다.
상설시장 점포만 해도 540여개, 상인들이 2100여명에 달한다.
용인중앙시장은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성남 모란시장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큰 장으로 꼽혔다.
이후 대형마트 등이 들어서며 다른 전통시장처럼 쇠퇴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만물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장인만큼 여전히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매달 5·10·15·20·25·30일 등 5일장이 서는 날이면 그야말로 상인과 손님들이 발디딜 틈도 없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존 현대화된 상설시장인 용인중앙시장과 함께 인근 금학천변에는 노점상들이 설치한 천막과 파라솔들이 장관이다.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평일에도 6000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용인중앙시장을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 주말이나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관광객까지 더해져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용인중앙시장을 찾는다고 하니, "망해 나가는 사람은 없다"는 상인들의 말이 현실로 느껴진다.
실제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처음 열린 '용인중앙시장 별빛마당 야시장'의 경우 3일 동안 무려 8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넓고 사람 많은 용인시에 유일한 전통시장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사람들을 이끄는 매력이 분명 있어 보인다.
250년 역사로 증명된 전국 최대 전통시장
당초 용인중앙시장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장으로 옛날에는 '김량장'으로 불렸는데, 고려시대에 '김량'이라는 사람이 가장 처음 장을 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김량이라는 사람이 양반집 자제였다는 이야기와 고위 관료였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지만, 실제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용인중앙시장이 위치한 금학천 일대에 있는 금학교는 옛날부터 '술막다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용인시는 조선시대 영남대로의 주요 길목이었고, 금학교 인근은 한양으로 올라가는 과객들이 쉬어가는 곳이었다.
교통의 요지였던 만큼 당연하게 술막다리 인근 도로를 따라 집단 주막촌이 형성됐고, 이것이 '김량장'의 시작이다.
1770년(영조46)에 편찬된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 시적고(市糴考)에는 '龍仁 邑內二 金良五 道村一(용인 읍내2 김량5 도촌1)'이라는 내용이 보인다. 문헌상으로만 봐도 김량장의 역사는 최소 250년이 넘는다.
19세기 교통의 요지인 김량장리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1930년 수여선 개통으로 용인역 근처인 김량장터가 경제와 유통의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1960년에 이르러서 '김량장'은 상설시장이 됐고, 1980년대 후반에는 오늘날의 주상복합단지와 비슷한 '청한상가'가 들어서면서 시장상권은 더욱 커졌다.
1995년까지 성남 모란시장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활성화된 전통시장으로 꼽히며 하루 6000명의 방문객, 1조원 가량의 연매출을 자랑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통순대 골목에서부터 떡골목, 만두골목 등 먹거리가 유명하고, 잡화골목까지 말 그대로 '없는게 없는' 용인시의 대표 시장이다.
용인중앙시장 첫 야시장 축제...3일 동안 8만명 방문
이처럼 용인중앙시장의 전통과 명성은 얼마전 열린 '야시장'에서 증명됐다.
용인시와 중앙시장 상인들이 함께 나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용인중앙시장 별빛마당 야시장'에 무려 8만여명의 시민들이 다녀갔다.
용인중앙시장이 젊은 세대에 좀 더 까이 다가가기 위해 처음 개최한 야시장에서는 바비큐, 떡볶이, 전, 약과, 수제 맥주 등 각종 먹거리와 다양한 수공예 제품 등을 판매하는 장터가 운영됐다.
시민들은 먹을 것을 구매해 시장 노천에 마련된 간이 식탁으로 옮겨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젊은 세대를 위해 노래, 댄스, 버스킹 등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졌으며, 전통주 시음회, 떡메치기, 스탬프 투어, 경품추첨 등 다양한 행사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중앙시장 상인들은 "용인중앙시장에 이렇게 많이 방문객이 찾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며 "시장이 북적거리면서 장사할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용인시는 매년 정기적으로 축제같은 야시장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용인중앙시장 매력...먹거리·잡화 '없는 게 없는 만물상'
하지만 무엇보다 용인중앙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먹거리다.
용인중앙시장은 순대골목과 떡·만두 골목 등 특화 된 먹거리 골목이 형성돼 있어 찾는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한다.
특히 용인중앙시장 순대골목은 용인의 전통 음식인 '백암순대'와 함께 6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20여개 정도의 정도의 순대 족발가게가 운영을 하고 있으며, 잘 되는 가게의 경우 하루 200여명이 넘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용인중앙시장의 순댓국은 매일 싱싱하고 좋은 재료를 활용해 진하게 우려낸 사골국물이 맛이 일품이다.
가게마다 놓여진 큰 솥에서는 순댓국 사용되는 육수가 끊임없이 끓여지고 있고, 한켠으로 산더미 처럼 쌓인 족발이 지나가는 배고픈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그런가 하면 잡화 골목에는 구두, 모자, 가방 등을 비롯해 싱싱한 채소와 과일은 물론 산지에서 공수된 수산물, 축산물, 곡물 등 다양한 품목이 빽빽이 진열돼 있다.
순대골목과 떡골목 등이 입을 즐겁게 한다면, 잡화골목은 전통시장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똑똑하고 편해지는 전통시장...무료배송·주말시장 도입
손님들이 많이 찾고는 있지만, 상인들이 기억하는 옛날의 명성에 비하면 아직도 부족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무료배송 서비스와 주말장터이다.
전통시장을 시민들이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활성화하고, 고객들이 편리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에 상인들이 선택한 '변화'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용인중앙시장은 시민들의 편리한 장보기를 돕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용인중앙시장 상인회원으로 등록된 점포에서 물품을 구매한 뒤 용인중앙시장 제2공영주차장 1층에 위치한 배송센터에서 접수카드를 작성하면 된다.
물건을 구입한 뒤 각 점포에 맡겨두는 것도 가능하다.
점포주가 배송센터로 물건을 가져다주면 센터 담당자가 취합해 대신 접수하는 방식으로, 배송은 처인구 중앙동, 역북동, 삼가동, 유림동, 동부동 등 5개 지역에 한해 가능하다.
하루 3번 배송하며 배송 시간은 매주 평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오후 4시다.
이와 더불어 꼭 5일장이 아니더라도 주말마다 열리는 주말장터에서 5일장 못지 않는 식재료와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전국 5일장을 찾아 떠돌아 다니는 상인들에 비해, 매주 열리는 주말장터는 상인회 관리 속에 정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순환 용인중앙시장 상인회장은 "장기적으로 상설 야시장을 추진하고, 봄축제 등 소소한 축제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전통시장을 시민들이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옛날 전국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였던 만큼, 용인중앙시장의 변화가 곧 전국 전통시장의 '성공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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