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올 8월까지 1조4천억 써
2년 목표액 15조에 한참 미달
자영업자 대출만기 연장된데다
신청·심사 까다로워 인기 떨어져
코로나19 방역으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마련된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의 집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잡은 올해 목표액은 9조원인데 지난 8월까지 쓴 돈은 1조3912억원에 불과하다. 캠코는 서민금융진흥원 대출을 받았던 취약차주의 채권을 매입하고 5대 시중은행의 미소금융재단과 협약해 집행률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2년 목표액 15조에 한참 미달
자영업자 대출만기 연장된데다
신청·심사 까다로워 인기 떨어져
10일 캠코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 8월까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 채무자에게 사들인 부실채권 원금은 7703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까지 중개형 채무조정 지원액은 6209억원 쓰여 총 1조3912억원이 집행됐다. 캠코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지난해와 올해 목표치를 각각 6조원, 9조원으로 잡았다. 총 15조원의 목표치에서 9.2%만 집행된 것이다.
캠코는 저조한 집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의 부실채권 6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캠코는 5대 금융지주 계열의 미소금융재단과의 협약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5대 지주 미소금융재단 등 4곳과는 협약을 마쳤고 1곳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새출발기금을 출시하며 총 30조원의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새출발기금의 인기가 떨어지는 배경으로는 △까다로운 신청절차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만기 연장 조치 등이 꼽힌다.
실제 지난 8월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액은 3만5803명(5조5536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실제 조정을 받게 된 이는 2만167명(56.3%)에 불과하다. 서울 중구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했던 A씨는 "2020년 1월 가게를 열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제대로 장사도 못해 봤다"며 "빚만 떠안고 폐업한 뒤 새출발기금을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새출발기금의 집행률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고의적 연체자를 걸러내기 위한 심사가 약 2~3개월 소요되는 것도 포함된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당시 풀린 대출이 부실채권으로 돌아올 경우를 대비해 설계됐다. 만기연장·상환유예가 한꺼번에 종료되지 않고, 연착륙 기능을 수행할 '배드뱅크(부실채권 전담 은행)'로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는 새출발기금이 출시되기 전인 지난해 9월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1년 재연장했다.
A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새출발기금의 신청 자격과 방식에 대한 각종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자영업자 대출만기 조정 및 상환유예 조치가 이뤄진 상황에서 새출발기금을 신청하는 편이 유리한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버틸 여력이 남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새출발기금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 채무조정에 들어가는 순간 기록이 남아 대출 등 각종 금융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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