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제유가 상승으로 뚜렷한 세계 석유 수요 감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싸진 유가에 주요 경제국들의 소비가 뚜렷하게 줄어들면서 ‘수요 파괴’가 시작된 것으로 투자은행 JP골드만삭스가 보고 있다.
4일(현지시간) 경제전문방송 CNBC는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최근의 유가 상승에 이번 분기(10~12월) 원유 수요 감소가 예상될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JP모간 글로벌 상품 전략팀장 나타샤 카네바는 ‘수요 파괴가 다시 시작했다’라는 제목의 노트에서 미국과 유럽, 일부 신흥국(EM) 국가에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수요 억제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9월 국제유가는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대로 정확하게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를 중국과 인도가 이끌었다”며 “유가가 급격히 오르자 중국은 8~9월 국내 재고를 방출했다”고 했다.
카네바는 지난 여름 소규모 방출됐던 재고 원유가 올해 마지막 분기에 소폭 증가할 것이라며 연말 전망치인 배럴당 86달러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공급량 감소 속에 지난 9월 휘발유 가격은 올들어 최고치까지 상승했으며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대처한 것이 뚜렷이 보였다고 카네바를 비롯한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밝혔다.
디젤유 가격이 최근 30% 뛰면서 건설과 운수업체, 농가들이 고전하고 있으며 물류비와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3·4분기 항공유 가격도 오르면서 주요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 분기(7~9월) 유가가 28% 상승하면서 9월28일에는 북해산 브렌트유가 장중 최고 배럴당 97.69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후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4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 떨어진 배럴당 84.22달러, 브렌트유도 떨어지면서 85.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최근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유 수요 정점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보통 원유 수요가 정점에 도달할 경우 곧바로 영구적 감소세가 나타나 산유국과 개발업체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IEA는 2030년을 수요가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로 보면서 원유 수요 감소가 보이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으나 이 같은 시각에 OPEC는 분개하고 있다고 CNBC가 보도했다.
하이탐 알아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지난달 성명에서 IEA의 전망은 글로벌 에너지 체계의 붕괴만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그는 IEA의 전망은 유례없는 수준의 에너지 혼란을 가져오고 세계 인구 수십억명과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불안 조성과 함께 글로벌 경제의 안정에도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주요 산유국과 국영석유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원유 수요 증가에 대비한 증산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대책이 동시에 필요하며 자신들은 문제 원인 제공을 하지 않고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에너지 전환은 안보 보장과 탄화수소 업체들의 지원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에너지개발업체 에니 CEO 클라우디오 데스칼지는 “석유 수요가 2030년 정점을 찍을지 모르겠지만 투자를 줄이라는 것은 결국 에너지 전환을 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투자 감소로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은 유가를 폭등시키고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것"이라고 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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