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기쁨으로 묻어버리기엔 너무 아픈 손가락
152km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좌완 선발 투수
큰 아픔 겪었지만, 3년 뒤 나고야 충분히 노릴 수 있어
이의리 "나를 지탱해준 선배들과 팀 위해서 던지겠다"
152km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좌완 선발 투수
큰 아픔 겪었지만, 3년 뒤 나고야 충분히 노릴 수 있어
이의리 "나를 지탱해준 선배들과 팀 위해서 던지겠다"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무려 아시안게임 4회 연속 금메달이다.
한국 야구에는 매우 경사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우승의 한 켠에서 큰 아쉬움을 곱씹고 있는 선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의리(21·KIA 타이거즈)가 그렇다. 금메달의 기쁨으로 묻어버리기에는 너무 아픈 손가락이다.
지난 도쿄올림픽, 올 시즌 WBC까지 승선했던 이의리이기에 이번 항저우 AG에서의 탈락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 사유가 ‘부상 아닌 부상’으로 인한 탈락이기에 더욱 그렇다.
선수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비온 뒤 땅이 굳어간다. KIA 이의리가 최근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점점 포텐을 폭발하고 있는 모양세다.
이의리는 대표팀에 탈락한 직후 2경기 연속으로 호투했다. 지난 10월 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t wiz와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4안타와 볼넷 5개를 허용했으나 고비마다 삼진 4개를 솎아내며 1실점으로 막았다.
최고시속 152㎞의 강속구를 뿌린 이의리는 올 시즌 최다인 109개까지 투구수를 기록했다. 아직은 여전히 제구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모습이고, 100구가 넘어가도 150km가 넘는 엄청난 스피드를 보여준 것이 고무적이다.
최근 2경기 기록도 좋다. 12.1이닝 1실점 사사구도 5개다. 이의리는 지난달 9월 27일 NC 다이노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무력시위'를 했다.
이의리는 최근 큰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그는 고교때부터 항상 실패없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다. 고교 1학년때 광주일고에 입학하자마자 황금사자기 8강 덕수고전에서 2학년 정구범과 맞대결을 할 정도로 주목받는 선수였다. 그해 황금사자기 우승을 거머쥐었고, 그해 말 전국체전에서는 에이스로 팀을 우승시켰다. 2학년 때부터는 아예 전국구 에이스로 우뚝 섰다. 최고 148km를 던지는 좌완 투수로 2학년 때 이미 1차지명을 예약했다.
프로에 들어와서도 빠른 시간에 10승을 달성하며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국가대표까지 차출되었다. 도쿄올림픽 3~4위전에 선발 등판할 정도의 순탄 코스였다. 그런 이의리에게 이번 아시안게임 탈락은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큰 시련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이의리는 그런 아픔을 마운드에서 매우 올바른 방향으로 분출하고 있다. 그는 "나를 위로해주고 지탱해준 팀 선배들과 KIA 타이거즈를 위해 던지겠다" 라고 말했다.
사실, 제구가 최근 2경기에서 보여준 정도만 되어도 그가 국내 No.1 좌완 투수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관계자는 없다. 이번 대표팀 탈락이 결코 이의리의 가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가 원한다면 3년 뒤 20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 때에도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번 AG에서도 한국은 좌완 선발이 한 명도 없었다. 여기에 그는 국제 무대의 흐름에 걸맞는 좌완 광속구 파이어볼러다. 국제무대는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는 공 빠른 투수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갈수록 늘어가는 좌타자를 생각하면, 좌완 투수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록 큰 아픔을 겪었지만, 그로 인해서 KIA 타이거즈는 진짜 1선발 좌완 파이어볼러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일로 좌절하거나 멈춰서기에 이의리는 고작 21살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그가 가진 자질이 대한한국 야구계에 너무나도 소중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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