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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남극 빙붕 40% 이상이 사라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3 02:00

수정 2023.10.13 02:00

英리즈대 연구진, 10만개 위성영상 분석
서쪽 빙붕 급감… 총 7조5000억t 사라져
담수 대량으로 흘러들어 해양순환 악영향
남극의 얼음들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남극의 얼음들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영국 리즈대학 연구진은 지난 25년간 남극 빙붕 부피 40%가 감소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어드밴시스(Scientific Advances)'에 13일(한국시간) 발표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 대륙 서쪽의 빙붕이 가장 많이 녹아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빙붕이 녹은 담수가 대량으로 바다에 흘러들어가 해양 순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162개 빙붕 중 71개 부피 감소

이번 연구를 주도한 벤자민 데이비슨 박시는 "이는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남극 대륙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빙붕이 녹은 담수가 대량으로 바다에 흘러들어가 해양 순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극 대륙은 우리나라 땅보다 100배 이상 넓은 대륙이며, 땅 위에는 거대한 얼음이 뒤덮고 있다.
이 중 빙붕은 남극 대륙 주변 바다에 떠 있으며, 대륙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빙상의 연장선이다. 빙붕은 빙하 끝 부분에서 거대한 '마개' 역할을 해 바다로 흘러가는 얼음의 흐름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남극대륙 주변의 수온을 보여주는 그래픽. 동쪽 바다는 차갑지만, 서쪽 해수면은 빙붕을 녹일 정도로 영상 2도에 육박한다. 리즈대 벤저민 데이비슨 박사 제공
남극대륙 주변의 수온을 보여주는 그래픽. 동쪽 바다는 차갑지만, 서쪽 해수면은 빙붕을 녹일 정도로 영상 2도에 육박한다. 리즈대 벤저민 데이비슨 박사 제공

연구진은 이러한 빙붕의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10만개 이상의 위성 레이더 이미지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1997~2021년 25년간 남극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162개의 빙붕 중 71개의 부피가 감소했다. 이 기간동안 66조9000억t의 빙붕이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갔고, 다시 만들어진 빙붕은 59조t이 만들어졌다. 최종적으로 빙붕 7조5000억t이 사라진 셈이다.

서쪽바다, 동쪽보다 수온 높아

특히 남극의 서쪽 바다는 동쪽 바다와 다른 해류와 바람에 영향을 받는다. 위성 영상은 동쪽보다 서쪽 바다 수온이 높아 최대 2도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서쪽 측면 빙붕 아래의 물이 더 따뜻해 서쪽 빙붕이 더 많이 사라졌다.

연구진은 남극 서쪽의 거의 모든 빙붕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동쪽의 빙붕은 대부분 그대로이거나 부피가 증가했다. 데이비슨 박사는 "대부분의 빙붕이 단기간내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일정한 주기를 거쳐 서서히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빙붕의 절반 정도는 회복될 기미 없이 감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남극 서남쪽에 있는 겟츠(Getz)빙붕은 25년간 1조9000억t의 얼음이 사라져 빙붕의 손실이 가장 컸다. 사라진 빙붕중 5%만이 대륙붕에서 덩어리째 떨어져 나와 바다로 흘러갔으며, 나머지는 빙붕 바닥에서 녹아 없어졌다. 또 파인 아일랜드(Pine Island) 빙붕에서도 1조3000억t의 얼음이 사라졌다. 이 중 3분의 2가 녹아 없어졌으며, 나머지 3분의 1인 4500억t만이 빙하 상태로 바다에 떨어져 나왔다.

반면 차가운 물로 둘러싸여 있는 동쪽의 아메리(Amery) 빙붕은 1조2000억t의 얼음이 더 생겼다. 남극해에서는 염분 농도가 높은 해수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는 해양 컨베이어 벨트를 구동하는 엔진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빙붕은 극도로 민감한 극지 생태계에 영양분과 열, 탄소 등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남극 대륙의 빙붕이 녹은 담수는 짠 바닷물을 희석시켜 가볍게 만들기 때문에 이 바닷물이 해저로 가라앉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해양 순환 시스템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이러한 빙붕이 사라지거나 줄어들면 남극과 전세계적인 해양 순환체계에 중대한 파장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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